[아주 사설ㅣ기본·원칙·상식] 韓日 '동병상련' 극복 위한 협력 강화 시급

한국과 일본은 이제 서로의 차이보다 함께 풀어야 할 문제에 더 주목해야 할 때다.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 소멸, 인력 부족, 성장 둔화까지 양국이 마주한 난제들이 갈수록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1차 회의는 이런 현실의 단면이다. 양국 경제계는 저출산을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해법 모색에 나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안한 '경제공동체 수준의 한일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핵심은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경제의 활동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양국 시장을 연결하고 서로의 기술·자본·인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출산 장려 정책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성장과 일자리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한국과 일본의 현실은 놀랄 만큼 유사하다. 출생아 수는 줄고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들은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지방에서는 청년 유출과 산업 공동화가 겹치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 국가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장과 인재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해법 중 하나다. 시장이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시장을 연결하고, 인재가 부족할수록 인재가 오갈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양국은 반도체와 AI, 배터리와 로봇, 에너지와 공급망은 물론 인재 교류와 지방 소멸 대응까지 협력할 분야가 많다. 한국은 제조업과 IT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와 기초기술, 로봇 등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서로의 강점을 연결한다면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지도 있다.

특히 인재 교류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한국 청년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고 일본 청년도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비자와 자격 인정, 취업 제도를 개선하고 양국 대학·기업·연구기관의 공동 프로젝트도 확대해야 한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에는 새로운 인재 풀이 생기고 청년에게는 더 넓은 일자리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지방도 중요한 협력 대상이다. 양국은 지방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라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이 협력해 지역 특화산업을 키우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모델을 공동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 대한 원칙은 지켜야 한다. 다만 모든 현안을 과거의 갈등 틀에서만 바라보는 것도 미래를 위한 자세는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양국이 '동병상련'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저출산의 결과는 수십 년 뒤 나타나지만 대응을 시작해야 할 시점은 지금이다. 인구 감소의 속도보다 제도와 산업의 변화가 늦어지면 양국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에도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과거의 차이에 머무르기보다 미래의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이라는 공동의 어려움이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양국 정부와 경제계가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