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페형 SUV의 날렵한 비율과 준대형급 실내 공간, 그리고 혁신적인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올 3월 공개되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던 르노코리아의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Filante)'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약 800km 구간의 장거리 시승에 나섰다. 주말 4인 가족 나들이와 고속도로 장거리 항속 주행 환경에서 필랑트가 보여준 육각형 매력에 빠져보자.
첫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탓에 자칫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잠시, 주행을 마쳐본 소감은 '극호(極好)'다. 우선 희소성이 매력적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프랑스식 감성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도로 위에서 돋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전장 4915mm, 전폭 1890mm의 웅장한 체구지만 낮게 흐르는 루프 라인 덕분에 답답해 보이지 않고 스포티한 비율을 자랑한다. 전체적으로 비스듬한 기울기를 띠는 실루엣은 필랑트만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파격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전면부의 로장주 일루미네이트 시그니처 라이팅이다. 주·야간 할 것 없이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8곳의 휴게소를 들렸지만 단 한 대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며 매력적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12.3인치 파노라마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스크린이 3개로 분할돼 T맵 내비게이션과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 동승석 전용 스크린에서는 뉴스,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앱을 실행 할 수 있으며, 화면을 터치해 좌우 스크린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도 있다. 운전자를 감싸는 구조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장거리 운전 시에도 안락한 편안함을 제공했다.
2열 공간은 필랑트의 최대 반전 요소다. 쿠페형 실루엣 때문에 헤드룸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무려 886mm의 공간을 자랑한다. 또 동급 최고 수준인 2820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 공간(레그룸)이 320mm에 달해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다리 구부림 없이 편안하다. 앞좌석 등받이 후면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장착할 수 있는 히든 포트가 적용돼 편리했다. 트렁크 공간은 시트 폴딩 시 최대 2050ℓ, 기본 633ℓ까지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어 18·25·30인치 4인 가족의 캐리어 3개와 각종 여행 가방을 넣고도 여유가 넘쳤다.

1열 실내에 들어서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12.3인치 파노라마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화면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여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위), 웅장한 전면부와 달리 날렵한 주행성능의 감각을 강조한 측면 및 후면부 이미지(아래)[사진=르노코리아]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정체 구간에서 엔진 소음과 진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자차로 출퇴근을 하는 운전자라면 피로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대목이다. 르노 측 설명대로 도심 주행의 75% 이상을 전기(EV) 모드로 소화해 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브레이크 회생제동 역시 불쾌한 '턱턱거림' 없이 매우 정교하게 세팅돼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다.
신갈JC를 지나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1.5L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듀얼 모터가 발휘하는 250마력의 출력은 합류 구간이나 추월 시 시원스러운 가속감을 뽐냈다. 특히 3단 멀티모드 자동변속기는 직렬과 병렬 구동 모드를 매끄럽게 오가며 동력을 전달했다. 고속 주행 시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적용된 하체는 요철이나 교량 연결 부위를 지날 때 둔탁한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면서도, 고속 코너링에서는 차체 롤링을 단단하게 잡아 프렌치 특유의 감각적이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가감없이 보였다.
이날 운전 시간은 서울~부산 해운대로 총 405km, 약 7시간이다. 주행 후 측정한 실주행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시내 구간에서는 18~19km/L 수준의 높은 연비를 보였고, 110km/h 고속 항속 구간에서도 15.5km/L 안팎을 유지했다. 대용량 배터리와 효율적인 모터 개입 덕분에 준대형급 크로스오버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경제성을 입증했다. 함께한 동승자는 "공간감은 SUV, 승차감은 세단에 버금가는 '육각형' 차"라고 평가했다.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디자인 탓에 여성 운전자가 몰기에도 최적이다.
압도적인 도심 EV 모드, 넉넉한 2열 및 트렁크 공간, 장거리 주행에서의 묵직한 승차감은 필랑트가 왜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이 됐는지를 증명한다. 스타일과 효율성, 가족의 편안함을 모두 고려하는 패밀리 가장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실제 필랑트는 최근 필립 베르투(Philippe Bertoux) 주한 프랑스 대사의 새로운 공식 차량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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