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중동워치] 시리아로 손잡고 시리아서 갈라선 두 나라

  • 중동의 새로운 불씨: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패권 경쟁과 안보갈등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은 6개월을 넘기면서 군사행동 대신 경제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의 무대책과 무모함을 노정시킨 대이란 전쟁은 유럽 동맹들의 외면 속에 장기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전쟁 명분이었던 이란 정권교체와 핵 포기 목표는 사라지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로 옥신각신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고착되었다. 어차피 이란은 47년간의 경제제재와 외부위협에 익숙해 있어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되지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할 것 같지는 않다. 중동의 아랍 산유국들도 자국 내 미군 군사기지가 오히려 안보 리스크를 증폭시킨 딜레마 속에서 각자도생의 대안적 안보 질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OPEC를 탈퇴한 아랍에미리트가 미국편에 바짝 다가서면서 이란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과 공동 군사동맹을 맺고 미국 의존형 안보체제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인 이스라엘은 세계의 관심이 호르무즈에 집중된 틈을 타서 가자지구를 사실상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들어설 서안까지 병합을 서두르면서 새로운 중동 패권국가가 되기 위한 팽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은 82%의 서안 영토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면서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340여 개 정착촌에 75만명의 유대인을 정착시키고 있다. 사실상 두 국가 해법이란 오랜 국제사회의 약속과 규범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무산에 거의 성공한 이스라엘 네타냐휴 총리는 기세를 몰아붙여 레바논 남부를 전격 침략하여 점령하였고, 급기야 오랜 내전 끝에 새롭게 출범한 친미성향의 시리아를 공격하면서 시리아의 약화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시리아의 안전을 바라는 튀르키예를 자극하는 도발로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갈등이라는 새로운 전선이 펼쳐지고 있다.
 
2024년 12월 이스라엘 지상군이 시리아의 쿠네이트라주 및 다라주 일대로 진격해 진지를 구축한 데 이어 양국 접경에 있는 헤르몬산 주요 고지를 포함한 약 350㎢ 규모의 영역을 이미 점령하고 있다. 미국의 방관과 국제사회의 침묵을 틈타 8월 1일에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북서부 튀르키예 접경 지역인 이들리브주에 위치한 아부 알두후르 군사공항 활주로와 시설을 8차례 집중 공습하기에 이르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작전이 "튀르키예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언급하면서 시리아 신정부와 튀르키예 간의 군사적-정치적 협력 확대를 반대한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거의 폐허상태에 있는 공군 기지 재건에 참여하지 않았고 튀르키예 군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고, 시리아 정부나 미국조차도 이스라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중동 현대사에서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우호와 협력 관계의 상징이었다.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과 연이은 제1차 중동 전쟁 이후 아랍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1949년 이슬람 국가로서는 최초로 이스라엘을 전격 승인한 나라가 튀르키예였다. 놀랍게도 양국 수교의 정치적 배경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소련 지원을 받는 사회주의 국가인 시리아로부터 공동의 안보를 지키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시리아를 놓고 안보문제로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 간의 밀월관계에 금이 간 것은 2002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집권하면서 외교 기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의 리더국가로 튀르키예는 아랍국가들이 상대적인 침묵을 취하는 사이 중동 최대 현안인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법을 수시로 위반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면서 이 문제를 두고 2009년 다보스 포럼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격렬한 토론을 벌인 뒤 단상을 박차고 나가는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급랭되었다. 나아가 2010년 가자지구로 인도적 물자를 운송하던 튀르키예 선적 '마비 마르마라'호를 이스라엘 군이 강제 진압하여 튀르키예 민간인 10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양국은 대사를 상호 추방하면서 외교 관계가 사실상 단절되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경제적인 배경으로는 이스라엘 영해인 동지중해에서 레비아탄을 비롯한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된 이후 튀르키예의 앙숙인 그리스 등과 합작해 동지중해 가스관(EastMed) 수송 사업을 추진하면서 더욱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알제리에서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에너지 수송로에 대한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서 어떤 아랍 국가들보다도 일관되게 하마스 입장을 지지해왔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주민들을 향한 대규모 학살을 저지르자 이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그를 히틀러에 빗대는 서사를 서슴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타냐후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학살전범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면서 금년 5월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대한 또 다른 나포와 활동가 구금사태를 두고는 그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네타냐휴 총리도 튀르키예의 역사적 아픔이자 아킬레스건인 아르메니아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금년 6월 28일 이스라엘 내각이 1915년 오스만 제국 내에서 일어났던 아르메니아 사태를 조직적 집단학살사건으로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아르메니아인 소요사태에 대해 "전시 상황의 불상사이자 강제 이주 과정의 비극일 뿐이지 기획된 집단학살은 아니다"며 이를 인정하는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다. 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튀르키예와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을 고려해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루길 회피해 왔으나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튀르키예에 맞서는 외교적 압박카드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양국관계 정상화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리아 신정부를 두고도 양국 간 외교전과 갈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튀르키예는 처음부터 반 아사드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시리아의 영토적 보존과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내전 종식과 IS소탕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40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전격 수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완충지대 확장 및 국경 근처 타격 작전을 지속했고, 테러조직인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 민주군(SDF, 튀르키예는 YPG로 지칭)’를 지원하면서 튀르키예 정책을 견제해 왔다. 오랜 외교적 중재와 설득 끝에 ‘시리아 민주군’이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정부군에 편입됨으로써 이스라엘의 전략적 패배가 명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튀르키예 배후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시리아 내 군사기지를 직접 공격한 것이다.
 
물론 이번 군사 공격은 10월 27일로 예정된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 전략과 외부 위협을 조작하려는 그의 필요성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정치적 전환기에 전략 시설, 무기고, 방어 능력을 파괴함으로써 신정권이 의미 있는 군사력을 재건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골란고원과 베카 계곡 같은 시리아 영토를 강제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시리아가 정상국가로 성장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더 나아가 시리아 신정권과 튀르키예의 밀착과 안보 협력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그런데 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은 친미 노선을 표방하고,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게 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해 내었다. 더욱이 내각에 기독교 소수파 평화운동가인 힌드 카바와트 여성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서방 세계에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슬람주의자이면서도 알 샤라 대통령은 직접 넥타이를 매고 서방세계를 순방하면서 해외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의 빠른 정상화와 경제력 회복,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은 여러 측면에서 이스라엘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에 대해 튀르키예는 강경한 반응 대신 외교라인을 총동원하면서 비교적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튀르키예는 중동 지역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역 안정화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 드론과 전투기 생산을 중심으로 뛰어난 기술집약적 국방 산업 역량 확대, 그리고 평화 이니셔이터로서 외교적 신뢰와 역할 등에 기인한다.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의 시리아 개입을 당연히 중요한 자국 안보 문제로 보고 있지만 튀르키예의 핵심이익은 국경 안보, 테러 방지, 난민 귀환, 지역 연계 강화, 정상 가동하는 시리아 국가의 탄생 등 더 광범위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포괄한다. 따라서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이 더 약하고 분열된 이웃 국가를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시리아 개입을 용납하지 않을 태세고, 이스라엘도 튀르키예의 시리아 통제는 자국 위협을 극대화하는 도발로 보기 때문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핵심 쟁점은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이 시리아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이 군사적 우위를 통해 지역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지, 아니면 튀르키예와 그 지역 파트너들이 공동 외교와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통해 그러한 결과를 막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현대 중동 외교사에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관계는 '역사적-종교적 숙적이 외교를 통해 밀월관계로 발전했다가 다시 '중동 패권을 둘러싼 숙적'으로 변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필자 주요이력

▷한국외대 ▷터키 이스탄불대학 역사학 박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한국튀르키예친선협회 사무총장 ▷중앙아시아연구원(UNESCO-IICAS) 학술위원(한국대표)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국내외 저서 9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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