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다음 달 4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등이 주요 요구다. 지난 4월 이후 30차례 넘게 교섭했지만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중지됐다.
노동자의 파업은 법이 보장한 권리다. 금융노조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96% 넘는 조합원이 찬성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개선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무리한 집단행동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주 4.5일제도 무조건 배척할 사안은 아니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금융권은 과거 주 5일제 도입을 앞당기는 역할도 했다. 금융권에서 검증된 근무 방식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국민의 예금과 대출을 다루고 결제망을 떠받치는 공공성이 강한 산업이다. 디지털 금융이 확대됐지만 고령층과 소상공인에게 은행 창구는 여전히 필수 시설이다. 근무시간 단축이 영업시간 축소나 고객 불편으로 이어진다면 노조 요구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임금 협상에서도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금융노조는 6% 인상을, 사측은 2.5%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성과를 직원과 나눠야 한다는 노조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반면 고임금 업종인 금융권이 노동시간 단축과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동시에 요구하는 데 대한 국민 시선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책은행 지방이전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만 앞세워 본사를 옮기면 인력 이탈과 업무 비효율을 부를 수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경쟁력과 정책금융 기능을 고려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이전 문제를 노사 교섭으로 막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균형발전과 국가 금융산업 전략을 함께 따져 결정해야 할 정책 사안이다. 정부는 이전 여부와 기준을 투명하게 밝히고 노조는 고용과 근무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협의하는 것이 맞다.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불편은 고객에게 돌아간다. 대출과 예금, 기업금융 업무가 차질을 빚으면 가계와 기업이 피해를 본다. 금융회사의 공공성을 강조해 온 노조라면 파업이 금융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과 비상 업무 유지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사측도 파업 이후만 대비하며 버틸 일이 아니다. 주 4.5일제의 단계적 시행이나 일부 직군 시범 도입, 생산성에 연동한 임금 인상 등 절충안을 적극적으로 내놔야 한다. 정부도 국책은행 이전 문제를 모호하게 방치해 노사 갈등을 키워서는 안 된다.
파업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노조는 권리만큼 금융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사측은 비용만큼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타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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