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개막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대만 파빌리온 명칭과 차기 예술감독 선임 방식 등을 둘러싸고 잇단 잡음에 휩싸였다. 명칭 논란을 둘러싼 정치적 검열 의혹은 개막을 열흘 가량 앞두고 가까스로 봉합됐으나, 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에 생채기를 내며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27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대만 파빌리온 출품작은 이날 서울에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재단 관계자는 “홍보물 명칭도 ‘대만 파빌리온’으로 바꿀 예정이며, 인쇄 전 파일 수정도 마친 상태”라고 했다.
재단은 국가관과 기관관을 구분하는 운영 원칙에 따른 행정적 조치일 뿐 정치적 검열이나 외부 개입과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지난 1월 체결한 협약의 계약 당사자가 NTMoFA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 문화부는 제안서와 양측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에서 ‘Taiwan Pavilion’이라고 명시된 자료를 공개하며 반박했다. 해외 주요 언론까지 논란을 보도했고, 국내외 미술계에서도 명칭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재단은 지난 25일 NTMoFA가 제출한 변경 승인 신청을 받아들여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승인했다. 재단 관계자는 “반발 때문이라기보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사태는 봉합됐지만 후유증이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식할 수 있는 명칭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대만이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참가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광주비엔날레가 양안 관계의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명칭 문제를 처리해 외교적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뒤 제17회 비엔날레에서 중국과 대만 양측의 참여를 조율하는 과정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중국관도 참여한다.
차기 예술감독 선정 방식도 논쟁거리다. 재단은 약 30년간 이어온 추천 방식 대신 2028년 제17회 비엔날레부터 처음으로 공개 공모제를 도입했다. 다양한 기획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선정 방식 변경 과정에서 미술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비엔날레라면 새로운 감독 선정 방식을 도입하기 전에 미술계와 최소한의 논의를 거쳤어야 한다”며 “기회의 균등도 중요하지만 예술에서는 수월성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현 예술감독인 싱가포르 출신 작가 호추니엔이 비엔날레 준비 기간 굵직한 해외 전시를 잇달아 소화한 것을 두고 광주 현장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개막 전부터 예술감독 등이 현지에서 전시를 준비하며 지역 미술계와 소통·홍보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이 같은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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