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이견이 두 번째 회동에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엿새 만에 다시 마주 앉았지만 용산공원 본체 활용 여부를 놓고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서울시가 용산공원 대신 탄천물재생센터 일대를 피지컬AI와 청년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정식 제안했고, 국토부도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역사·생태적 가치가 큰 용산공원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실제 공급 가능성이 높은 대체부지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만나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핵심인 용산공원 본체를 둘러싼 입장차는 그대로다.
오 시장은 회동 후 백브리핑에서 “오늘도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용산공원 본체는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망적인 것은 여러 부분에서 의견이 좁혀지는 느낌을 받았고 일주일 뒤쯤에는 여러 현안이 한꺼번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도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이 안 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숙소나 병원 등으로 사용된 일부 훼손지역을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장관은 이날 “용산공원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원래부터 없었다”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서울 시내에서 적극적으로 찾는 과정에서 용산도 하나의 대상이 됐던 것”이라며 용산 개발 자체가 정부 공급정책의 목표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단, 이번 회동에서 용산공원을 대신할 부지를 놓고는 논의가 한 발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이날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일대를 활용해 1만~1만3000가구 규모의 청년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정식 제안했다. 대상 부지는 약 39만3000㎡ 규모다.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 인접 부지와 양재천 일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올해 말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물재생센터 기능 조정과 인근 시유지 등을 연계해 약 5조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고, 피지컬AI 산업과 청년 주거 기능이 결합된 동남권 거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산공원 일부를 개발하는 것보다 탄천 일대에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향후 추가 대체부지를 더 제안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마중물을 만들면 민간이 들어와 청년 주거단지가 동남권에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산공원 공급이 철회되고 동남권 청년단지가 채택돼 논의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산공원에서 공급하더라도 이 정도 물량은 나오지 않는다”며 대체부지의 공급 효율성을 강조했다.
국토부도 검토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은 “서울시가 제안한 부지에 대해서는 자료를 받아 분석해봐야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급 가능한 곳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용산공원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급 속도와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체부지를 중심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도시 외곽 자연공원과 도심 한가운데 있는 도시공원의 가치는 크게 다르다”며 “용산공원은 역사적인 의미와 도시공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보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면 서울시가 제안한 대체부지가 있는데 굳이 용산공원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며 “공원을 조각조각 개발하면 난개발 문제뿐 아니라 토양오염 정화 비용 등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원은 보존하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면 대체부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공급 확대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서울시가 가진 유휴부지를 내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서울시가 요구해 온 민간 재개발의 법적상한용적률 1.2배 완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2031년까지 착공을 추진하는 253개 정비사업에서 기존 주택 멸실분을 제외하면 순증 물량이 약 8만7000가구인데, 용적률 1.2배가 적용될 경우 약 4만3000가구가 추가돼 순증 규모가 13만가구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공공재개발에는 법적상한용적률의 1.2배까지 허용할 수 있지만 이를 민간 재개발까지 확대하려면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추가 용적률에 따른 임대주택 의무비율도 양측이 협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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