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초등학교 앞 떡볶이는 대개 밀떡이었다. 쌀떡보다 가늘고 말랑했다. 고추장 양념은 달큰했고, 오래 끓여 조금 퍼진 어묵에도 양념이 푹 배어 있었다. 몇백원만 내면 그릇 하나에 가득 채워주는 떡볶이는 출출한 배를 제법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순대를 곁들이면 더 좋았다. 떡볶이 국물에 순대를 찍어 먹고, 어묵 국물도 한 컵 받아 마셨다. 학교가 달라도 이런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요즘 식품업계가 다시 꺼내든 것도 이런 맛이다. 매운맛을 한껏 끌어올리거나 낯선 재료를 더하기보다 '포장마차', '옛날 떡볶이'처럼 익숙한 맛을 앞세운 제품이 눈에 띈다.
성수동에서 시작한 떡볶이 브랜드 금미옥도 이번에 '떡순'과 '근본'을 꺼냈다.
9월 2일에는 '완전금미옥 근본떡볶이'가 나온다. 특정 맛집의 맛을 재현하기보다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떡볶이 맛을 금미옥식으로 풀었다. 밀떡에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내고 사과주스로 은근한 단맛을 더했다. 요즘 유행하는 맵고 강한 떡볶이와는 조금 다르다.
금미옥이 지난 3월 내놓은 '킹쫄라떡볶이'는 4~5월 CU 냉장분식류 매출 1위에 올랐다. 앞서 선보인 쌀떡볶이와 국물떡볶이도 출시 직후 같은 카테고리에서 각각 1위와 5위를 기록했다. 2024년 11월 CU에 입점한 뒤 지금까지 판매된 금미옥 제품은 약 135만개에 이른다.
떡볶이를 먹는 장소도 많이 달라졌다. 학교 앞 작은 분식집과 시장, 포장마차에서 먹던 떡볶이는 프랜차이즈를 거쳐 이제 편의점 냉장매대 한 칸을 제법 크게 차지한다. 제품도 달라졌다. 출출할 때 먹는 작은 컵 떡볶이에서 벗어나 라면과 쫄면, 순대 등을 더해 한 끼 분량으로 만든 제품이 많아졌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그 시절의 떡볶이를 찾는다는 건 묘한 일이다.
그때는 떡볶이를 먹으러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장 입구나 골목 어귀에 늘 떡볶이집 하나쯤 있었다. 특별히 이름난 집이 아니어도 됐다. 친구와 서서 먹었던 몇백원짜리 떡볶이가 그 동네의 맛이었다.
지금은 그 맛에도 이름이 붙고 포장이 생겼다. '포장마차식', '학교 앞', '근본'이라는 말을 달고 편의점 냉장매대에 놓인다. 그래도 떡볶이 국물에 순대를 찍어 먹는 방법까지 달라진 건 아니다.
떡볶이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도 거창한 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입 먹으면 생각나는 장소가 있고, 같이 먹던 사람이 있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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