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정책 무게중심이 서울·수도권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8·13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23만호 이상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 용산공원 일부 부지의 주택 공급 활용까지 논의되고 있다. 반면 지방은 지역마다 주택시장 상황이 크게 다른데도 여전히 ‘미분양 해소’라는 하나의 처방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확보와 정비사업 조기 착공, 금융지원 등을 묶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방에도 준공 후 미분양 매입 확대와 세제·금융 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지방 미분양’이라는 큰 틀에서 적용돼 시장에서는 지역별 상황을 더 세분화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분양이 계속 쌓이는 곳과 재고가 줄어드는 곳, 미분양 자체가 거의 없는 곳의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6월 말 기준 2만9786가구로 이 가운데 84%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다. 충남과 경북 등은 신규 공급과 기존 재고가 겹치면서 미분양이 다시 쌓이는 ‘적체형 시장’의 성격이 강해지는 반면 대구와 경남은 재고가 여전히 많지만 감소세다. 세종은 전체 미분양이 43가구에 그친다. 부산은 전체 미분양은 줄었지만 입주 이후에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은 오히려 늘어 단순한 재고 규모만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산처럼 준공 후 미분양 부담이 큰 지역과 세종처럼 미분양 문제가 크지 않은 지역, 산업과 일자리 유입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는 지역의 처방이 같을 수 없다”며 “지방을 한 묶음으로 보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게 정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위험 정도에 따라 지원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분양이 늘어나는 지역에는 유동성 지원 등을 우선 적용하고 위험이 커질수록 세제 지원이나 공공 매입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반대로 미분양이 소진되는 지역까지 신규 인허가와 착공을 일률적으로 위축시키면 현재의 미분양 문제가 해소된 뒤 몇 년 후 공급 공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심 단계에서는 유동성 지원을 중심으로 공급자를 지원하고 위험이 커지면 수요 지원과 미분양 매입 등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해소는 이미 쌓인 주택 재고를 처리하는 대책일 뿐 지역의 주택 수요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이나 주택 매입만 늘려서는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결국 지역별 거점도시 육성을 통한 교통망·병원·교육 등 인프라 확충과 특화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근본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이 준공 후 미분양을 일률적으로 떠안는 방식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미분양 해소가 건설사의 가격 조정이나 사업성 개선 없이 공공 매입에 의존할 경우 시장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공공이 미분양을 떠안으면 가격을 낮춰 물량을 해소하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매입 물량을 정한 뒤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 가운데 낮은 가격부터 사들이는 역경매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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