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피지컬AI 얼라이언스' K-기술·산업 잇는 출발점 되길

  • 이재욱 서울대 AI연구원장 "산업 현장 필요로 하는 과제 발굴, 국가 연구개발 가교 역할"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원장(피지컬AI 얼라이언스 풀스택분과위원장)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원장(피지컬AI 얼라이언스 풀스택분과위원장)


인공지능(AI)이 생성형을 넘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제조·물류를 넘어 국방·의료·공공서비스까지 AI가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판단하고 작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피지컬 AI는 하나의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실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AI, 현실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월드모델, 이를 학습시키는 데이터, 빠르고 효율적인 컴퓨팅, 그리고 실제로 행동하는 기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더 좋은 AI 모델, 더 뛰어난 로봇 하나만 잘 만든다고 이기는 경쟁이 아니다. AI 모델과 데이터, 반도체·컴퓨팅, 기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과 시장의 성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가느냐가 승부처다.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는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출범해 올해 2기로 확대된 얼라이언스는 풀스택, 버티컬 산업 브리지, 기반 거버넌스 등 3개 분과 체계를 갖췄다. 각 분과가 기술·산업·거버넌스 영역에서 역할을 나누되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역량을 연결해 우리만의 피지컬 AI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풀스택 분과가 첫 번째로 주목하는 과제는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다. 로봇과 작업마다 별도 AI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로봇과 현장에서 공통으로 쓰일 수 있는 기반 AI 모델의 확보가 우리 피지컬 AI 경쟁력의 핵심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범용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2’를 서로 다른 로봇에 적용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며 범용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과제는 피지컬 AI 특화 인프라다. 피지컬 AI의 학습과 추론은 대규모 언어모델과 요구 성능이 사뭇 다르다. 시뮬레이션과 센서·영상 데이터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학습 단계에서는 스토리지와 네트워크가 병목이 되고, 현장에서는 지연시간과 전력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실시간 추론이 관건이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AI모델을 함께 묶어 ‘피지컬 AI 레퍼런스 인프라’를 정의하고 실증한다면 우리 기업은 부품 단위가 아니라 검증된 풀스택 솔루션으로 세계 시장에 나설 수 있다.

얼라이언스의 역할은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과제를 발굴해 국가 연구개발과 잇고, 기업과 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해 그 결과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인 ‘피지컬 AI’가 국가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부 투자와 함께 민간·연구계의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얼라이언스가 기술과 산업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 AI 모델, 반도체, 제조, 로봇 등 개별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기업을 갖고 있다. 국내 피지컬 AI 기업인 리얼월드는 지난해 말 ‘네비우스 로보틱스 어워드’의 파운데이션 모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계 최고의 제조 현장이 매일 쌓아 올리는 데이터와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기업도 훌륭한 자산이다. 다만 개별 기술을 잘 만드는 것과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시장에 내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아직 연결 역량이 충분하지 않지만 연결만 제대로 해내면 해볼 만하다.

엔비디아는 GR00T 모델부터 컴퓨팅, COSMOS와 같은 월드모델 플랫폼까지 이어 붙이며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다. 같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추격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 우리의 경쟁력은 우리의 강점을 결집하는 데 있다. 얼라이언스도 이러한 방향에서 AI 모델부터 데이터·컴퓨팅·로봇 등 기술을 연결하는 풀스택 분과,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의 수요와 기술을 잇는 버티컬 산업 브리지 분과, 표준·제도 등 공통 기반을 마련하는 기반 거버넌스 분과를 중심으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풀스택 분과장으로서 산·학·연의 역량을 모으고, 개발된 기술이 실제 산업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힘을 보태고자 한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혼자 앞서가는 것보다 함께 멀리 가는 생태계가 더 큰 힘을 낸다. 피지컬 AI ‘1강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현실로 만들려면 각자의 기술을 연결하고 함께 검증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 피지컬 AI 얼라이언스가 대한민국의 기술과 산업을 하나로 잇는 든든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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