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담당했던 사건이다. 안성의 한 원룸촌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남성이 치료 중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 남은 담배꽁초의 DNA를 단서로 고등학생 3명을 범인으로 특정했고, 이들에게서 자백까지 받아 구속 송치하고 이 사건을 과학수사의 성과로 홍보했다.
그러나 검찰 송치 이후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장면이 포착됐다.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된 소년이 범행을 인정하겠다면서도 "사실은 저희가 죽인 건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보완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가 "자백하면 선처하겠다"는 경찰 수사관의 압박에 허위 자백을 택했고 나머지 둘은 '친구가 이미 자백했으니 부인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에 없는 죄를 시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 소년은 한결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결손가정의 미성년자들이었고 변호인을 선임할 형편도, 조사실에서 억울함을 조리 있게 호소할 능력도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이들은 검찰의 보완수사 덕분에 살인범의 누명을 벗고 개학 일자에 정상적으로 등교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이미 국회 본회의도 통과한 상태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수사의 주체는 경찰로 일원화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을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실무적 파장은 두 축으로 모아진다. 첫째는 절차 지연이다. 사건 보완이 필요할 때 검사는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없고, 경찰 또는 새로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에 보완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기관 사이를 오가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처리 기간은 늘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당사자에게 전가된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송치 사건 중 40% 이상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처리됐다고 하니 공백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변화가 있다. 경찰 수사의 무게가 절대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경찰 수사에 미비점이 있더라도 검찰 단계에서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앞으로는 그 마지막 안전망이 구조적으로 사라진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나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약하고 수사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경찰이 실효적인 보완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공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중대범죄수사청이 경찰 수사 사건을 충실하게 보완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이 공백은 강력범죄보다 오히려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자료가 방대한 기업 형사사건과 경제범죄에서 더 치명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경찰은 현장 수사에 강점이 있으나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의 형사 리스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가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데 이어 2026년 6월부터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명칭과 업종, 사고 원인까지 공개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담합에 대한 자진신고 감면 혜택을 제한하고, 반복 담합 기업에는 영업정지·등록취소까지 검토하는 등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하반기 정책 방향을 최근 내놨다. 나아가 담합 사건의 처분 시효를 늘리고, 중대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 조직까지 확대한다고 하니 앞으로 관련 조사는 더 광범위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사관이 현장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늦다. 기업은 평소 내부 문서 보전과 관계자 진술의 정합성 관리가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즉 업무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과 사람들의 기억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무 부서는 안전 관련 서류가 현장 실태와 실제로 일치하는지, 업무 협의 내용이 담합의 증거로 해석될 여지는 없는지 법무 부서와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개인도 다르지 않다. 참고인 조사로 시작된 절차가 어느 순간 피의자 조사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진술한 것이 향후 수사와 공판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미리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결과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방어하는 입장이든, 고소·고발을 통해 상대방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입장이든 그 판단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치밀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울함을 바로잡아 줄 다음 단계가 사라진 구조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 스스로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결국 사건의 결론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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