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18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382%로 하루 만에 0.069%포인트 올랐고, 30년물은 연 4.751%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준금리와 상대적으로 밀접한 3년물이 3.847%인 것과 비교하면 장기물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 등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이 채권 투자자의 손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회사채와 은행채 등 민간의 자금조달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점이다. 실제 18일 AA-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도 연 4.542%로 올랐다. 높은 금리가 장기화하면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투자 수익성이 떨어지면 설비투자와 신규 사업을 미룰 수밖에 없다. 특히 빚으로 버티는 한계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막대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가계가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소비다.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어도 시장금리가 이를 상쇄한다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장기금리 상승을 금융시장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부 재정도 예외가 아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새로 빚을 내거나 기존 국채를 차환할 때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다. 재정지출 확대를 국채 발행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늘어난 국채 공급이 다시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도 경계해야 한다. 주요국에서 장기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확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었는데 오히려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 정부는 필요한 재정은 쓰되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중장기적인 국가채무 관리 계획을 통해 재정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한다. 금융당국도 은행에 대출금리를 낮추도록 압박하는 데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 상승이 취약 차주와 자영업자, 한계기업과 PF의 부실로 번지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장기금리는 경제가 장기간 치러야 하는 돈의 가격이다. 지금처럼 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정부의 재정 여력이 동시에 압박받는다. 글로벌 금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충격을 견딜 경제의 체력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부채를 줄이고 재정의 신뢰를 높여야 할 때다.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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