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통상 불만이 안보로…韓 투자 지연에 한미훈련 축소"

  • 트럼프, 경제·안보 연계 압박…쿠팡 규제·이란전 지원도 불만 요인

2025년 8월 25일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오른쪽 한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오른쪽) 한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배경에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미국 측의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대미 투자 이행 지연을 비롯해 방위비와 이란전 지원 문제 등을 둘러싼 불만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총 3500억 달러(약 48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배정됐지만 나머지 2000억 달러의 구체적인 투자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의 투자 이행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지나치게 느리다는 불만이 나왔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한국과의 협상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들은 역대 가장 느린 협상 상대"라고 말했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과 비교해 투자 집행이 늦다는 점도 미국 측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뒤 이미 6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확정하고 추가 후보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투자 약속을 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하나도 확정하지 못했다. 투자 약속 이행 시한은 2029년 1월까지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국은 이를 일반적인 투자처럼 다루면서 발표 전에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정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훈련 축소 결정이 경제와 안보를 연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통상 분야에서 쌓인 불만이 안보 현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렛대를 좋아한다"며 "지렛대는 실제로 사용할 의지가 있어야 생기고, 트럼프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외에도 쿠팡 규제와 방위비, 이란전 지원 문제가 미국 측의 불만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국 규제당국이 지난 6월 미국계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에 4억 달러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서도 미국 측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란전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은 데 불만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를 '공정성'의 문제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해 '우리가 이란 문제에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도와주겠느냐'고 물었더니 '사양하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이냐. 우리는 바로 옆 김정은으로부터 당신들을 지키려고 3만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아주 쉬운 이란 군사작전은 돕지 않겠다는 것이냐. 이상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관여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이 이란전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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