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지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북미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7일(현지시간) 열린 CSIS 긴급 화상 좌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김정은을 유인하기 위해 취한 첫 번째 구체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그동안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수사적 발언과 소셜미디어 메시지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제 행동을 취했다"며 "연합훈련 시점을 김정은에게 구체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하면서 훈련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호응해 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차 석좌는 "김정은이 실제로 반응하고 미국과 북한이 다시 정상외교에 나선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축소 배경으로 한국의 대이란 지원 거부를 거론한 데 대해서는 "한국을 겨냥한 불만 표출이기는 하지만 이번 결정의 주요 동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많은 동맹국에 불만을 갖고 있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이란 문제와 무역·투자 현안, 연합훈련 축소 조치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분명 어려운 시기"라면서도 "동맹은 이를 헤쳐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특징은 모든 것을 매우 거래적으로 본다는 점"이라며 "한국이 1차 투자분을 발표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대화는 없지만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당시처럼 많은 무기 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무기 시위의 속도를 늦춘 것을 일종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김 위원장에게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김 위원장을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제정세 변화를 자신의 이익으로 활용하려는 '수정주의적 지도자'로 규정하며 "미국과의 대화뿐 아니라 일본과의 대화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는 외면한 채 미국·일본과 직접 접촉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한미관계뿐 아니라 한일관계와 북일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연합훈련 축소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에 호응할 경우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한미동맹의 신뢰성과 억제력 측면에서는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연합훈련 축소 자체가 대북 억제력을 크게 훼손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이나 비핵화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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