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내놓는 ‘숫자’가 제각각이다. 투자의견뿐 아니라 목표주가와 코스피 전망까지 증권사별 편차가 커지고 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상승을 전제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목표치를 잇달아 낮추는가 하면, 개별 종목의 목표주가도 최대 3배 이상 벌어졌다. 같은 시장과 종목을 놓고도 전망이 크게 갈리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148만원에서 470만원까지 322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최고 목표주가가 최저치의 3.18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30만원~65만원으로 2.17배 차이를 보였다. SK스퀘어는 130만원~270만원, 삼성전기는 140만원~300만원, 삼성SDI는 40만2000원~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권 주요 종목에서도 증권사별 목표주가가 2배 이상 벌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증시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증권사별 전망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신증권은 이달 기존 1만1500포인트였던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9300선으로 하향했다. 채권금리 인상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해 반도체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존 8배에서 7배로 낮춘 영향이다. 여기에 비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이 가파르게 상향된 점도 반영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모멘텀이 이제 막 회복 국면에 진입한 만큼 밸류에이션이 추가로 확장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판단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금리인상과 주당순이익(EPS) 변동 등을 반영해 기존 1만1000포인트였던 전망치를 3분기 8300포인트, 하반기 8800포인트로 수정했다. 키움증권은 "이번 2~3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기존 주도주인 반도체 이익 신뢰성과 가시성을 재차 확보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적인 관점에서 연말까지 역사적 밸류에이션 밴드 하단, 8배 레벨인 9000포인트대까지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잇달아 전망치를 낮추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현재 코스피 시장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다"며 12개월 코스피 목표지수 1만2000포인트를 유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지난 2일 기존 목표치인 9000포인트를 유지하면서 단기 예상 범위를 5500~1만500포인트로 제시했다. JP모건도 지난달 21일 코스피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과 12개월 목표지수 1만2500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했다. 불과 몇 달 사이 시장의 방향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반대로 갈린 셈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코스피 전망치와 목표주가 자체를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별 예상이 극단적으로 갈리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숫자를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업계에선 같은 기업과 시장을 분석하면서도 목표주가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 기업의 미래 실적과 적정 밸류에이션에 대한 증권사별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먼저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방식이 증권사 별로 다를 것"이라며 "어떤 회사는 현금흐름할인(DCF) 등 절대가치 평가법을 적용할 수 있고, 어떤 곳은 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상대가치로 평가해서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평가 방식뿐 아니라 실적 추정치의 차이도 목표주가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백 센터장은 "다음으로 이익을 추정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며 "같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다르면 결국 EPS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목표주가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올해처럼 주가가 짧은 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세에서는 기존의 밸류에이션 방식만으로 적정 주가를 산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큰 변동성이 없었다면 목표주가가 이렇게 차이가 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모든 종목들, 특히 정보기술(IT), 로봇이나 조선 관련 등의 분야에서 애널리스트들이 기존에 쓰던 툴을 갖고 목표주가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장세가 지난 7월까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는 공식적으로 12개월 목표주가"라며 "변동에 대해서 민감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롱텀하게 보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시차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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