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네타냐후, 트럼프 평화안 공개 거부…美·이스라엘 중동 전략 '충돌'

  • 하마스 무장해제·이스라엘군 철수 순서 놓고 이견

  • 美 정치권선 "이스라엘, 국가안보 목표와 불일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와 레바논, 이란을 아우르는 중동 분쟁의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주도의 가자 평화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양국 간 전략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명확히 말하자면 이스라엘은 15개항 문서를 거부한다"며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의 무장해제란 중화기와 소형 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를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형식적인 무장해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무장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위원회가 지난달 마련한 15개항 합의안은 하마스가 무장해제에 착수하면 이스라엘이 공습을 중단하고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가 먼저 이뤄진 뒤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4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초안을 보냈지만 동의하지 않았다"며 미국 측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평화위원회 가자지구 고위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 직후 이스라엘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오늘 제시하는 방안은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충돌은 가자지구 철군 문제를 넘어 중동 질서를 둘러싼 전략 차이로 번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지구뿐 아니라 레바논과 이란에서 이어지는 분쟁에도 외교적 출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과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유가와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한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도 분쟁을 끝낼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중재보다 이스라엘의 안보와 군사적 판단을 우선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내가 총리로 있는 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가자지구는 물론 유대와 사마리아에도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와 사마리아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이날 NBC 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나는 강력한 미·이스라엘 관계를 원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현 정부의 행동은 지지할 수 없다"며 "이들의 행동은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고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 유대인 국가와 나란히 존재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보내는 것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하원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제한하는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수정안은 찬성 104표, 반대 314표로 부결됐지만 민주당 의원 10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과 연정 내 강경파 압박 속에 대미 강경론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세대별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이번 갈등이 양국 동맹 관계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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