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중기직설] 여름휴가도 덮친 대·중소기업 양극화

  • 中企 경영진 인식 개선 시급

  • 연차 일수, OECE 평균 이하

  • 주 52시간 정착 '장애 요소'

휴가철 인천공항 출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휴가철 인천공항 출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올여름에도 사흘짜리 휴가 계획서를 제출했다. 직원이 열 명도 안 되는 회사에서 닷새 동안 휴가를 다녀오면 업무가 산적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씨는 "휴가를 가기 위해 전날까지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휴가비는 커녕, 여행지에 노트북을 가져간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휴가 가기 눈치 보여...경영진 인식 개선이 먼저"
A씨의 하소연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기업 67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평균 하계휴가 일수는 3.8일로 집계됐다.

그러나 기업 규모별로는 격차가 뚜렷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5일 이상' 휴가를 준다는 응답이 65.5%에 달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3일'이 48.5%로 가장 많았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대기업은 4.6일, 중소기업은 3.7일로 하루 가까이 차이가 났다. 대기업 노동자 3명 중 2명이 닷새 이상 쉬는 동안 중소기업 노동자 절반은 사흘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휴가비 지급에서도 온도 차가 확인됐다. 올해 휴가비를 지급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53.0%로 지난해보다 줄었는데, 300인 이상 기업의 지급률(61.0%)이 300인 미만 기업(52.1%)보다 8.9%포인트 높았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휴가비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영세 사업장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대기업은 사내 대체 인력 풀이 존재하고 휴가철 단체 휴무나 교대 근무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반면, 영세 중소기업은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제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사업장은 아직까지 옛날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결국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마음 편히 여름 휴가를 다녀올 수 없는 사내 분위기가 저연차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막고 있다는 점을 경영진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연차 일수 OECE 평균 이하...주52시간 정착 '장애물'
정부와 기업들은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휴가비 지급을 아끼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기업은 62.0%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제도가 정비된다 해도 대체 인력조차 구하기 힘든 현장에서는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연차휴가 자체가 부족한 근본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연차휴가 평균 부여 일수 대비 사용률이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점도 장기 근속을 막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총 연차휴가 사용일 수는 15.1일, 사용률은 44.7%~55.1% 수준에 불과했다. 총 20.6일 연차를 부여받아 70% 이상을 휴가로 사용하는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이처럼 낮은 연차 사용률은 국내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요국보다 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이상 장기 휴가를 사용하는 비중도 지난 2019년 18.2%에서 2023년 9.0%로 절반 가량 줄어, 제대로 된 휴식을 통한 장기 근속 유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1개월 이상 유급휴가를 지원하는 사업과 국내 휴가 지원사업을 신설해, 대체 인력 활용 명목의 임금보전지원금을 지급하고 휴가 기간 4대 보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한국관광공사, 코레일 등과 연계해 교통비·관광비·숙박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대체 인력 활용 명목으로 임금보전지원금을 지급하면 중소기업이 실제로 대체 인력을 채용하거나, 남은 직원에게 추가 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런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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