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지방국립대 무상교육 추진, 사립대 역차별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방국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는 이른바 ‘지방국립대 무상교육’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 보고에서 교육부는 내년부터 지방국립대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지역 청년들의 타지 유출을 막아 지역 소멸에 대응하겠다는 정책적 취지와 의도로 풀이된다. 지방 대학을 거점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국정 과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정책의 명분과 취지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과 정책적 효과를 따져보면 우려와 반발이 앞선다. 단지 등록금을 면제해 준다고 해서 청년 유출과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명확하다. 수도권 선호 현상의 본질은 대학 등록금 액수가 아니라 졸업 후 일자리, 정주 여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인프라의 격차에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와 미래 비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수도권 이탈을 일시적으로 유예할 뿐,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 조달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신입생 수가 수만 명에 달하는 지방국립대 전체의 등록금을 면제하려면 매년 최소 2000억 원에서 최대 4000억 원 이상의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세수 부족과 국가 재정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단발성 구상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명확한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고등교육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사립대학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총장은 “지금 학생들이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정책은 국립대의 질적 개선이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심성 정책”이라며 “정부 지원이 거점국립대와 메가시티 위주로 쏠린다면, 중소도시에 위치해 지역 생태계를 함께 받치고 있는 수많은 지역 사립대는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7년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인상 상한선 규제로 사립대학들의 재정 악화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정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된 등록금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공적 재정을 국립대에만 집중해 ‘무상교육’이라는 카드로 학생 유치 경쟁을 벌이게 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이는 결국 사립대학을 고사시키고 고등교육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립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사립대와의 불공정 경쟁을 통해 학생을 싹쓸이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문 육성과 지역 사립대와의 자원 공유, 우수 교원 및 첨단 기자재의 공동 활용 등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의 상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등록금 면제라는 파격적 지원책만으로는 교육의 질적 강화는커녕 대학 간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교육부는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 추진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예산 조달의 실효성을 재점검하고 사립대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고등교육 전반의 종합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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