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관광공사 해외지사, 왜 필요한가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관광공사는 민간이 할 일을 대신하는 기관인가, 아니면 민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맡는 기관인가.

5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박성혁 관광공사 사장은 외래관광객 모객과 현지 마케팅을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은 곧바로 "그건 여행사가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한 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해외지사별 성과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공공기관이 해외에 지사를 두고 민간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기능과 규모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정부 기조상 해외지사 30곳 역시 점검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모객'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박 사장이 관광 생태계가 복잡하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행사는 여행상품을 직접 판매한다. 반면 관광공사는 그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관광공사가 직접 관광객을 모집한다기보다, 민간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장과 유통망을 만드는 일이 해외지사의 본래 기능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외지사의 존재 이유가 드러난다.

해외지사는 해외 시장을 키우는 거점에 가깝다. 현지 여행사와 항공사,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을 국내 관광업계와 이어주고, 해외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 변화를 국내에 전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관광상품을 내놓으면 현지 시장에 맞게 상품화하고 판촉할 수 있도록 여행사와 항공사, 유통망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관광공사가 여행사와 경쟁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여행사가 필드를 뛰는 선수라면 관광공사는 그 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하는 쪽에 가깝다.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관광 활성화도 이와 맞닿아 있다. 지역에 훌륭한 관광자원이 있다고 해서 외국인이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양질의 상품으로 개발돼 해외 현지에서 유통돼야 하고, 항공·숙박·교통망까지 유기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정책 방향은 정부가 제시할 수 있지만 시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 포상 관광(인센티브 투어)과 국제회의(MICE)는 해외지사의 필요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다. 수천 명, 많게는 만 명 이상이 이동하는 대형 행사는 개최 직전에 결정되지 않는다. 현지 기업과 협회, 행사기획사, 항공사와 수년간 신뢰를 쌓아야 비로소 한국이 유치 후보지에 이름을 올린다. 해외 현장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관광업계에는 해외 영업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지방 관광사업체와 중소기업, 관광벤처가 대표적이다. 해외지사는 이들이 현지 시장과 접점을 만들도록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공동 마케팅을 지원한다. 특정 기업의 영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관광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공적 기능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해외지사 체제가 모두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공공기관은 존재 자체보다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해외지사도 예외일 수 없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여전히 현지 상주가 필요한 업무인지, 민간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조직만 남아 있다면 과감하게 개편하는 것이 맞다. 성과가 저조한 지사는 통폐합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통령이 요구한 성과 자료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방한객 수만으로 해외지사를 평가해서는 한계가 있다. △지역 관광상품의 해외 진출 기여도 △기업회의 및 MICE 유치 실적 △항공 노선 확대 역할 △국내 관광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성과까지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 그래야 정비할 곳과 더 키워야 할 곳을 구분할 수 있다.

이번 문답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대통령과 관광공사가 서로 다른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왜'를 물었다. 왜 공공기관이 그 일을 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관광공사는 '무엇'을 설명했다. 해외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짧은 질의응답만으로 해외지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왜 공공이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질문은 관광공사만의 몫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산하 다른 공공기관도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왜 정부가 이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지, 민간과 무엇이 다른지, 국민 세금으로 유지할 만큼의 공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관광공사가 제출해야 할 것은 해외지사별 실적표만이 아니다. 왜 그 일을 공공이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그 답은 명분이 아니라 성과와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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