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옥석가리기 본격화…약가인하·공시규제·투자위축까지 '삼중고'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제약·바이오 업계가 약가 인하와 공시 규제 강화, 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치며 '삼중고'에 직면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상한금액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에서 45%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시행했다. 기존 약가가 높은 품목은 단계적으로 조정되고 신규 제네릭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에 따라 일정한 우대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소·중견 제약사의 수익성을 직접 압박하고, 영업대행사(CSO) 의존도가 높은 영업 구조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제네릭 중심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 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형 확대를 위해 제품 수를 늘려온 기존 성장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번 약가 인하는 사실상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공시 규제 강화와 맞물리면서 시장의 충격이 더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해 임상시험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 기간과 비용, 예상 시장 규모 등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가정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기술이전 계약도 계약금, 마일스톤, 로열티를 분리해 공개해야 한다. 
 
금감원은 공시뿐 아니라 보도자료와 언론 인터뷰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보도자료에 담거나 공시와 다른 내용을 언론에 제공하는 행위도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장 홍보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상적인 미래가치 설명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간 바이오 업종은 임상 데이터 발표와 기술이전 계약, 허가 기대감만으로도 주가와 자금조달이 움직이는 구조가 강했다. 하지만 당국이 기대감의 근거를 수치와 검증 가능한 정보로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과거처럼 '꿈의 신약'과 '대형 기술수출'만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술이전 계약의 총 계약 규모, 계약금, 조건부 마일스톤, 로열티도 구분해 공개하도록 공시 기준을 개편하는 것은 향후 다른 파트너와의 계약 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시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요한 계약이 지체되거나 파트너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 역시 예상된다. 하반기 바이오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공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후속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과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는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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