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공시 전면 개편…'꿈의 신약' 대신 성공확률·비용 숫자로 공개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임상 성공 기대감이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등 미래 가치 중심의 설명에서 벗어나 투자자가 실제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성공 가능성, 개발 비용, 계약 구조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신뢰성을 높이고 일반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외부 자문위원과 제약·바이오 업계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증권신고서, 정기·수시공시, 언론보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먼저 금감원은 우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가 산정에 활용되는 핵심 가정을 표준화한다.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예상 시장 규모 △임상시험 성공 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 기간 및 소요 비용 등 4가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목표 시장 규모나 신약 가치를 산정할 때 자체적인 추정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전체 시장과 실제 진출 가능한 목표 시장을 구분해 제시해야 한다. 임상 성공 확률도 논문이나 기존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산정하도록 해 기업별 추정치 차이를 줄일 방침이다.

허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별도로 공개한다. 임상시험에 성공하더라도 규제기관 심사 과정에서 허가가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가 관련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상장 이후 공시 체계도 바뀐다. 현재는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정보가 제공돼 과거 개발 중단이나 기술이전 등 주요 경과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기보고서에는 파이프라인별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를 신설해 개발 완료, 중단, 품목허가 등 전체 진행 과정을 관리하도록 한다.

일정 지연이 발생한 경우에는 지연 사유와 향후 계획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기술이전 계약 공시 방식도 달라진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수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사실을 강조했지만, 실제 계약금과 향후 조건 충족 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로열티가 구분되지 않아 투자자가 계약 규모를 실제 수익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술이전 계약을 △계약금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로 나눠 각각 공개해야 한다. 각 금액이 언제,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계약 상대방을 비공개하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규모와 사업 역량 등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하도록 했다.

임상시험 결과 공시도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개선된다. 전문 용어 중심의 공시에서 벗어나 일반 투자자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용어의 의미와 해석 방법을 함께 안내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언론 보도 방식에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는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고, 이후 언론 보도 내용도 공시 내용과 일치해야 한다.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추가하거나 과장·주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감원은 보도자료 배포 전 내부 검토 절차를 마련하고, 가이드라인 위반 시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를 권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기업이 전달하고 싶은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공시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라며 “투자자가 성장 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과 협의를 거쳐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제도 정착을 유도할 예정이다.

이번 개선안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임상시험 결과나 기술이전 규모가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기업 공시와 언론 보도 내용이 달라 투자자 혼란을 키우는 사례가 반복된 데 따른 조치다. 신약 기대감에 따라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임상 결과와 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가 꺾일 경우 고점 대비 90% 이상 증발하는 사례도 반복됐다. 코오롱티슈진은 TG-C(옛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했지만 임상 결과 발표 이후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며 지난 29일 기준 5월 고점 대비 90% 넘게 하락했다. 삼천당제약 역시 경구용 비만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후 주가가 올초 기록한 고점 대비 90% 가까이 밀리며 기대감만으로 움직인 바이오주의 한계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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