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사업장들이 시공사 선정과 인허가 일정을 앞당기는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기준 개정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입찰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건설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향후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세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주요 단지들은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 앞당겨 시공사 선정과 인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5123가구 규모로 공사비만 3조원이 넘는 ‘목동 최대어’ 14단지는 오는 9월 시공사 입찰 공고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내년 상반기 입찰을 예정했던 7단지도 올해 10월로 일정을 앞당겼고, 4단지는 이르면 다음 달 입찰 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12단지는 다음 달 31일 입찰을 마감한다. 공사비가 각각 2조원대인 10단지와 13단지도 현장설명회를 마쳤으며 10단지는 다음 달, 13단지는 9월 입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8단지와 11단지까지 하반기 절차에 합류하면서 목동 재건축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속도전의 배경에는 ICAO의 장애물제한표면 기준 개정이 있다. 개정 기준은 2030년 1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최고 40~49층 규모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 단지들은 국내 적용 방식에 따라 계획 높이와 사업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 기준은 건축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영역은 줄이고 개별 안전성 평가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다. 국내 세부 기준과 기존 사업에 대한 경과조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단지들은 적용 전 사업시행인가를 확보해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목동의 한 재건축 추진 관계자는 “신시가지 단지 중 선두그룹에 들어가 정책적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 일정을 바짝 조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장이 한꺼번에 입찰시장에 나오면서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당초 14개 단지가 2년여에 걸쳐 순차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사비 1조~3조원대 사업장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인력과 자금 투입이 분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최상위 건설사도 모든 입찰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등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건설사들이 전략 사업장만 골라 참여하면 일부 단지는 유찰로 시공사 선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이주 시기 역시 몰릴 수 있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는 현재 2만6629가구에서 재건축 후 약 4만7000가구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면 기존 약 2만7000가구의 이주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목동 내부에서 이를 흡수하기 어려워 양천구는 물론 강서·구로·영등포구와 경기 부천 등 서울 서남권 전월세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학군 수요가 많은 만큼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상승 우려도 나온다.
양천구는 ‘목동아파트 재건축 이주계획 안정화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연도별 예상 이주 물량을 분석하고 이주 시기 분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의 수주 여력과 이주난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입찰과 인허가가 한꺼번에 몰리면 오히려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정동의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속도전만 고집하다가는 인허가 병목이나 이주 대란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일부 단지에서는 톱티어 시공사의 여력이 생기는 내년 초로 입찰 일정을 조정하려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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