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중기직설] 푼돈 예산에 허덕이는 '백년소상공인'...쏠림현상도 여전 

  • 백년가게 중 음식점업 비중 40%...타업종 소외

  • '14.7억원' 푼돈 예산 지적에..."증액 검토 중"

백년가게 현판 사진연합뉴스
백년가게 현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백년소상공인 신규 지정을 발표하며 홍보전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장기간 사업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소상공인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하지만 사업의 내실을 살펴보면 여전히 씁쓸하다. 특정 업종으로의 편중 현상이 여전한 데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구조와 경기 악화 시 이들을 지켜줄 안전망 부재라는 근본적 한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2018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장수 소상공인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백년소상공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올해 신규 지정된 '2026년도 백년소상공인' 300개사 중 숙련기술 기반의 제조업은 150개사(50.0%), 백년가게 중 음식점업은 69개사(23.0%)다. 이에 따라 전체 2598개사 중 제조업 비중은 40.5%(1053개사), 음식점업은 38.3%(995개사)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음식점업 단 두 개 업종이 전체의 약 80%를 독식하고 있는 구조다. 여타 생활산업 업종들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해 특정 업종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익명의 한 자영업자는 "정책 지원이 음식점업이나 특정 업종 중심으로 인식되거나 편중되면 자동차 정비, 제조, 수리, 생활기술 서비스처럼 지역 산업을 지탱해 온 업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백년소상공인은 단순히 오래된 맛집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한 지역에서 기술과 신뢰를 쌓아온 다양한 생활산업의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백년소상공인 제도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백년가게'는 제조업을 제외한 업력 30년 이상의 소상공인이 대상이며, '백년소공인'은 업력 15년 이상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제조업 기반 소공인을 의미한다. 지정 기간은 지정일로부터 5년이다.

지정된 업체에는 인증 현판과 경영철학·역사를 담은 스토리보드가 주어지며, 정책자금 우대와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 가점 등 각종 지원 혜택이 부여된다. 여기에 중기부는 롯데웰푸드, 한국도로공사, 코레일유통 등 민간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해 전용매장 조성, 온라인 입점, 동행축제 기획전 등 판로 확대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같은 판로 개척과 연계 지원책에도 사업의 치명적인 한계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있다. 올해 백년소상공인 육성 관련 전체 예산은 겨우 14억 7200만원 수준이다. 전국 2600개에 육박하는 백년소상공인 수로 나누어 계산해 보면, 지정 업체 1곳당 돌아가는 직접적인 예산 지원은 현판과 스토리보드 제작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이 결정되는 구조다 보니 내년도 예산 증액에 관한 부분은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경기 악화 시 이들을 지켜줄 '최소한의 안전망'이 없다는 점에 있다. 정부가 나서서 100년을 이어갈 명품 가게이자 뿌리 기업이라며 장기 영업을 권장해 놓고, 정작 경기 부진이나 고금리 여파로 한계 상황에 내몰릴 때 적용되는 맞춤형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나 폐업 방지 혜택은 전무하다.

자영업자 A씨는 "백년소상공인 제도가 오래된 가게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인증 이후의 실질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며 "인증이 명패로 끝나지 않으려면 예산 확대와 함께 업종별 특성에 맞는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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