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합동참모본부 상황도에 계엄군 상당수의 위치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일 국회로 향하던 계엄군 위치를 직접 확인했다는 법정 증언과도 연결되는 가운데 의혹 제보자는 제한된 인원만 불법적으로 상황을 공유하려던 인물이 있는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30년 가까이 군 지휘통제체계 개발에 참여한 김현석씨는 최근 국가수사본부와 2차 종합 특별검사팀에 제출한 공익신고 자료를 통해 비상계엄 당시 합참 상황도에는 일부 부대만 표시됐고, 상당수 계엄군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극히 제한된 인원만 공유하려 했을 가능성도 파악해야"
김씨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현장 조사, 내란 사건 재판 등에서 드러난 다수의 진술이 합참 상황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풀이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특전사 방문 면담에서 "(윤 전 대통령이) 707특수임무단 부대가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고 전화했다"며 "비화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전 중간쯤이었고, 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도 "비상계엄이 발령돼 출동하면서 평소 사용하던 주요 직위자의 텔레그램 방을 활용했다"고 증언하는 등 별도의 통신 수단으로 군 지휘체계를 벗어나 체계를 운용했다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김씨는 "군 통수권자는 정상 지휘체계라면 작전 상황도에서 부대별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직접 전화를 걸어 병력 위치를 확인했다는 것은 상황도만으로는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병력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왜 그렇게 운용됐느냐는 점"이라며 "상황도에는 각 부대 위치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용됐다면 합참이나 다른 지휘관들도 전체 병력 운용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병력만 표시됐다면 비상계엄 설계자가 작전 상황을 극히 제한된 인원만 공유하려 했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지휘 방식을 선택했는지 합참과 특전사에 남아 있는 원본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휘망 우회 병력 운용은 군형법상 반란죄 입증 정황"
익명을 요청한 군사 안보 전문가는 특전사 작전에서 지휘통제망 밖에서 움직이는 부대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아주경제 질의에 "한국군에서 그런 사례를 꼽는다면 12·12 군사 반란"이라고 답했다.그러면서 "과거에는 지금처럼 지휘통제체계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무전 호출에 의도적으로 응답하지 않거나 보고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지휘통제권 밖에서 병력이 움직였다"며 "불순한 의도로 지휘체계를 벗어나 병력을 운용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군사 전문가들도 "군 통신은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수작전에서는 위치 노출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장비 전원을 끄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군장성급 수뇌부 출신은 "굳이 보고를 안 받아도 각 부대의 위치를 알 수가 있어 효과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데, 왜 끄라고 했을는지를 굳이 의심해 보면 계엄군의 위치가 노출되고 그것이 저장된다는 이유가 있다. 그럼 나중에 계엄군이 어느 루트로 어떻게 갔다는 실시간 동선이 확인된다"며 "실패든 성공이든 당시 계엄이 불법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위치를 숨기는 게 최선이었을 듯"이라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당시 군 지휘통제체계 운용 방식이 내란·반란 혐의를 판단하는 주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형법 전문인 변경식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지휘통제체계를 의도적으로 우회하거나 차단한 행위는 군형법상 반란죄(5조), 형법상 내란죄(87조), 군형법상 명령위반죄(47조)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변 변호사는 "상급 지휘부가 정상적으로 병력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지휘망을 우회하거나 차단한 채 병력을 운용했다면 반란죄에서 실행의 착수와 고의를 입증하는 핵심 정황이 될 수 있다"며 "국헌 문란 목적과 결합된다면 형법상 내란죄에서 말하는 '폭동'의 일환으로도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신군부가 정당한 상급 지휘·보고 계통을 차단하거나 무력화한 채 병력을 동원한 행위를 군 통수권과 지휘권에 대한 불법적인 반항으로 판단했다"면서 12·12 군사 반란 사건 판례(대법원 96도3376)도 제시했다.
그는 "정상적인 지휘통제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는 행위는 단순한 기율 위반이 아니라 지휘권 탈취와 국헌 문란 목적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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