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목적과 역할이 서로 다른 인공지능(AI) 사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참여 기업은 기존 주요 AI 기업군에 집중돼 사업마다 같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모두의AI' 사업은 카카오와 LG유플러스가 참여를 공식화했다. 사업설명회에 업스테이지, 라이너, 이스트소프트 등 AI 전문 기업도 등장하며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네이버, SK텔레콤(SKT), KT 등도 관련 사업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후보군을 앞선 정부 AI 사업과 대조하면 새로운 기업보다는 기존 참여사들이 재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두의AI 참여가 거론된 기업은 카카오·네이버·SKT·KT·업스테이지·코난테크놀로지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에 주관사로 지원한 바 있다. 모두의AI 참여 후보 중 절반 이상이 독파모 지원사와 겹친다.
지난해 독파모 공모에는 총 15개 기업 ·기관이 주관사로 지원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T,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팀이 최초 정예팀으로 선정됐다. 독파모 정예팀에 들지 못한 기업·기관들은 이후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특파모) 사업에 다시 도전했다. 루닛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료·바이오 분야 최종 주관기관으로 뽑혔다. 두 곳 모두 앞서 독파모 주관사로 지원했다가 정예팀에 선정되지 않은 곳이다.
이 같은 반복 참여 배경에는 대규모 AI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국내 기업군 자체가 많지 않다는 현실이 있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운영 능력과 전문 인력, 대규모 모델 개발 경험, 컨소시엄 구성 역량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현 라이너 에반젤리스트(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공지능플랫폼혁신국장)는 "정부 AI 사업은 GPU와 연구 인력, 대규모 모델 개발 경험 등을 갖춘 기업만 참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참여 기업 풀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도 AI 기업은 많지만 실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소수"라고 말했다.
이어 "독파모와 특파모, 모두의AI는 각각 별개 사업이 아니라 기반 모델 개발부터 산업 적용, 서비스 확산까지 이어지는 구조"라며 "AI 경쟁은 모델 하나보다 서비스와 생태계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여러 영역을 함께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입장은 유사해 보이는 사업 간에도 정책 목적과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파모는 범용 기반모델 개발을, 특파모는 의료·법률 등 산업별 특화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공 AI 전환(AX)은 각 부처의 공공서비스를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며, 모두의AI는 이렇게 구축된 AI 서비스를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기반 모델부터 개발, 대국민 서비스 확산까지 각 정책 목표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 지원이 일부 기업에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선정 결과와 지원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조성배 연세대 교수(전 국가AI위원회 위원)는 "정부 사업이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폭넓게 기회가 돌아가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 반복적으로 선정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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