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축구는 과거의 ‘티키타카’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교한 패스를 바탕에 두면서도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측면의 속도를 더했다. 전술은 시대에 맞게 바뀌었지만 선수 육성의 뿌리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연령별 대표팀을 촘촘하게 운영하고, 유소년 지도자와 성인 대표팀이 축구에 대한 공통의 언어를 이어 온 힘이 세대교체의 밑천이 됐다. 스페인축구협회도 유소년 대표팀 지도자 구성에서 기존 체계의 연속성과 새로운 지도자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유럽 축구 전체의 우월성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 유럽 각국도 협회 운영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을 겪는다. 다만 UEFA가 1998년부터 회원국의 지도자 교육에 공통 기준을 적용하고, 55개 회원협회의 유소년 육성 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점검해 온 구조는 눈여겨볼 만하다. 감독이나 협회장이 바뀌더라도 지도자 교육과 선수 육성의 기반까지 한꺼번에 흔들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울타리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에도 골든에이지와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 교육 제도가 있다. 문제는 제도의 존재보다 실제 운영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공식 확인됐다. 장기적인 기술 철학을 강조했지만, 정작 대표팀 감독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이 잇따라 절차 논란에 휩싸이면서 협회를 향한 팬들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선거 시한을 늦추는 것만으로 한국 축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감독 선임 절차를 공개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며,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교육을 임원 교체와 관계없이 이어 갈 장치가 필요하다. 스페인이 보여준 힘은 한 세대의 재능보다 다음 세대를 꾸준히 길러내는 축구의 구조에 있었다. 한국 축구가 다시 그라운드에 서려면 사람을 바꾸는 일과 함께 사람이 함부로 흔들 수 없는 제도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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