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그룹이 추진 중인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이 소액주주 반발과 함께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흐름까지 겹치며 안갯속에 빠졌다. 회사는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합병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휴온스글로벌 일반주주들은 핵심 비상장 자산이 상장사로 이동하는 구조적 문제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지난 5월 이사회에서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하며 연구개발(R&D) 강화와 바이오 경쟁력 확대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휴온스글로벌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이 핵심 성장자산의 상장사 이전이자 우회상장·중복상장 회피 시도라며 반발해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 심사·조사를 요구하며 논란이 지속돼 왔다.
해당 사안은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방침과 맞물리며 더욱 복잡해졌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세부기준'을 공개하고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고려하지 않는 비대칭적 중복상장은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여부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단계별 공시 등 5대 의무가 부과된다. 또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전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는 이른바 '3%룰' 방식의 주주동의를 필수로 요구하기로 했다.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심사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수준의 주주보호 방안을 내놓느냐가 합병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휴온스글로벌은 당초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이를 연기했다. 회사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로 주총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3%룰' 적용 방식과 일반주주 보호 절차가 일정 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불신 역시 쉽게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합병 발표 이후 주가 변동을 들어 회사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병의 성패가 결국 '주주 설득력'에 달렸다고 본다. 단순한 R&D 강화 명분만으로는 소액주주의 우려를 잠재우기 어려우며 합병비율의 공정성, 미래가치 배분 방식, 성과연동 주식 배분·보상이나 추가 배당 약속과 같은구체적 주주보호 장치와 절차적 투명성 제공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는 증권신고서 심사와 거래소의 상장 관련 판단 과정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 훼손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심사 과정에서 추가 보완 요구나 심사 지연이 나올 경우 합병 일정 자체가 미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당초 제시한 합병 시나리오를 재검토하거나 보완책을 제시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휴온스 사례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지배구조 재편과 자회사 가치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과 관련한 규제 정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투자자 신뢰를 잃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주주보호 설계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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