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1년 내내 문을 닫고 있다가 단 한 달만 시민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있다.
울산시민 절반 이상의 식수를 책임지는 회야댐 상류 생태습지다.
평소에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지만, 연꽃이 피어나는 한여름이 되면 시민들에게 조심스레 문을 연다. 올해는 오는 7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불과 25일 남짓이다.
그래서 이곳은 더욱 특별하다.
회야댐은 울산 남서부 울주군 웅촌면 회야강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1986년 준공된 울산의 유일한 자체 용수댐으로, 현재 울산시민 약 55%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댐이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산업도시 울산을 지탱하는 산업용수와 시민들의 식수를 함께 책임져 온 울산의 대표적인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평소 시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회야댐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대신 울산시는 지난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상수원 보호구역을 제한적으로 시민에게 개방해 자연과 물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탐방은 이제 울산의 여름을 대표하는 생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탐방길은 왕복 3㎞.
천천히 걸어도 약 3시간이 걸린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약 5만㎡ 규모의 연꽃 군락이다. 연분홍 꽃잎이 수면을 가득 메우고, 그 사이를 잠자리와 나비가 오간다.
연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12만 3000㎡에 이르는 부들과 갈대 군락이 습지를 감싸고, 창포와 줄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룬다. 계절에 따라 왜가리와 백로 등 물새들도 이곳을 찾으며, 다양한 곤충과 양서류가 살아가는 울산 도심 속 자연의 보고가 된다.
이 식물들은 아름다운 풍경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회야댐 생태습지는 거대한 자연 정수장이다.
부들과 갈대, 연꽃 등 수생식물은 물속 질소와 인을 흡수하고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실제 울산시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을 46.6%, 총질소 43.2%, 총인 27.3%까지 줄이는 자연 정화 효과가 확인됐다.
사람의 손보다 자연의 힘이 물을 더 깨끗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탐방의 또 다른 의미는 시간 여행이다.
생태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걷다 보면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통천마을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회야댐이 들어서기 전 사람들이 살아가던 마을과 댐 건설 이후 변화한 풍경은 산업도시 울산이 성장해 온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회야댐은 최근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에 포함되면서 홍수 대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수문 설치 등 새단장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용수댐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목적 댐으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야정수사업소는 올해 탐방을 하루 한 차례, 100명으로 제한해 운영한다.
참가자는 생태해설사와 함께 상수원 보호의 중요성과 습지의 자연 정화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신청은 오는 13일부터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누리집을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할 수 있다.
울산에는 많은 관광지가 있다.
하지만 회야댐 생태습지는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시민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한 달.
자연은 그 한 달을 위해 일 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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