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3일 권창준 차관 주재로 ‘2026년 제2차 양성평등위원회’를 열고 위원회의 정책 발굴 역할을 강화하는 개편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과 관련된 노동부 정책과 제도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제언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변화의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노동부는 현장 변화를 적시에 포착해 기존 정책을 보완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위원회 기능을 강화했다.
개편안에 따라 양성평등위원회 안에는 주제별 소위원회가 설치된다. 각 소위원회는 현장 간담회, 전문가 발제, 담당 부서 의견수렴 등을 거쳐 성인지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과제를 발굴한다. 이후 양성평등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노동부에 정책 권고를 하게 된다. 양성평등위원회를 단순 자문기구에서 정책 의제를 먼저 찾아내는 창구로 바꾸는 것이다.
AI 채용과 인사관리는 겉으로는 중립적인 기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거 채용·평가 데이터에 성별 격차가 반영돼 있다면 결과도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왜 특정 지원자를 탈락시키거나 특정 직무에 배치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수록 노동시장 차별을 입증하고 바로잡는 일도 복잡해진다.
이날 회의에서는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박사가 'AI는 누구의 일자리를 바꾸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지연 박사는 "해외에서는 직종 노출도는 여성이, AI 사용률은 남성이 더 높게 나타나 남녀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보다 연령별 차이가 크지만 전통적으로 여성의 진입 통로였던 사무직에서 취업부진이 나타나고 있어 대안 진입경로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권오성 연세대 교수는 'AI 전환과 노동법의 과제'를 발표했다. 권오성 교수는 "AI 채용에서 특히 문제되는 것은 사용자의 명시적인 차별 의사보다 학습데이터와 변수 선택 구조가 기존 남녀 불평등을 다시 산출하는 방식"이라며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편향, 결정의 불투명성이 고용상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편향성 감사와 정보 공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 분야도 성인지 관점에서 다시 다뤄진다. 노동부는 감정노동과 돌봄 등 여성 노동자가 많이 종사하는 업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와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동안 제조업과 건설업 등의 중대재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던 산업안전 정책을 감정노동, 돌봄 등 서비스 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폭언·폭행, 정신건강 위험, 근골격계 질환 등 안전보건 문제가 누적될 수 있어 성별 직무 분포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기업 규모, 고용형태와 같이 성별에 따라서도 정책과 제도의 영향이 달리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하는 성인지적 관점은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며 "소위원회 중심으로 기업 실무자, 일선 공무원, 노무사 등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누구나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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