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분청사기 생산의 핵심 거점이었던 ‘김해 상동 분청사기가마터’가 조선 도자사의 흐름을 관통하는 ‘기준 유적’으로 평가받으며 학계와 지역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해시는 오는 7일, 상동면 대감리 503번지 일대에서 진행된 ‘상동 분청사기가마터 3차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은 조선 전기 도자 산업의 변화 양상을 명확히 밝혀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1호 폐기장은 가마 남동쪽 경사면을 따라 3m 이상의 유물퇴적층이 17차례에 걸쳐 교란 없이 순차적으로 쌓여 있다. 이는 1390년부터 1470년까지 약 80년간의 분청사기 제작 기술과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자사 타임캡슐’이다.
출토된 약 1만점의 유물은 분청사기의 시문기법(상감, 인화, 귀얄 등) 변화는 물론, 분청사기가 백자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양상을 층위별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金海(김해)’, ‘金海禮賓(김해예빈)’ 등이 새겨진 다수의 명문 분청사기가 출토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김해가 중앙 정부의 공납을 전담하는 것은 물론, 김해도호부 내 관청용 자기를 직접 조달하던 도자 생산의 핵심 거점이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학술적 성과는 압도적이지만, 행정 현장의 고민은 깊다. 현재 해당 부지는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나, 국가 사적 승격 등 본격적인 정비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발굴 성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사유지 재산권 행사 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유산청의 지침상 주민 협조 없는 사적 지정은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주민과 유적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시는 7일 열리는 현장 공개를 통해 시민들이 출토 유물을 직접 관찰하고 조사단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듣는 ‘실물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별도의 전시 행사보다는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지는 10일에는 국립김해박물관 대강당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시는 이번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전문가 자문과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장기적인 유적 정비와 보존을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보고서 발간 등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박물관 전시 등 유물 활용 방안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상동 가마터는 우리 지역의 미래 먹거리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정비 계획을 수립해 김해 도자 문화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굴은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수행 중이며, 김해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30년 넘게 이어져 온 ‘김해분청도자기축제’의 역사적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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