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6년 첨단제조로봇 실증사업’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재제조지원형’ 3개 과제를 모두 확보했다.
재제조 분야 공모에서 단일 지자체가 세 개 과제를 독식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로, 시는 진례면 김해테크노밸리 일반산업단지 내 ‘한국로봇리퍼브센터’를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해시청 전략산업과 관계자는 “김해시 내에 전국 최초로 구축된 공공형 재제조 센터인 ‘한국로봇리퍼브센터’가 가동 중인 점이 공모 평가 과정에서 강력한 우위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이 센터를 전국 최초 공공형 로봇 재제조 센터라고 설명하며, 2022년 산업부 공모에 선정된 ‘중고로봇 재제조 로봇리퍼브센터 기반구축사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실증사업의 특징은 수요기업(세계산업, 동원테크, KSM)과 공급·로봇 SI(시스템 통합) 기업(모토텍, 로볼루션) 등 참여 기업 전부가 김해 지역 기업으로 구성됐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김해에는 로봇 자동화 라인을 구축하는 SI 기업들이 주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로봇 도입–재제조–유지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 체계를 한 도시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김해형 로봇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외부에서 로봇을 사 오는 구조를 탈피해, 김해 안에서 자체적으로 로봇 재제조와 유지보수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반 구축을 진행해 왔다”며 “주관기관인 한국로봇사용자협회와 함께 현장 맞춤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로봇 도입–재제조–사후관리까지 모두 지역 내에서 완전히 선순환하는 산업 구조는 아직 목표 단계에 가깝고,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실제 수요와 운영 모델을 검증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재제조(중고) 로봇’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변수다.
김해시는 이를 ‘국가 공인 인증’이라는 정공법으로 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로봇리퍼브센터에는 재제조 로봇이 정상 작동하는지 정밀 검사할 수 있는 3D 동작 정밀 측정장비 등 다양한 시험 장비가 구축돼 있고, 한국로봇사용자협회 명의의 자체 인증서 발급 체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와 주관기관은 KOLAS(한국인정기구) 공인시험기관 지정을 목표로 전문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KOLAS는 시험·검사기관의 능력을 공식 인정하는 국가 인정제도로, 인정을 받으면 해당 기관에서 발급하는 시험성적서가 국가 공인 효력을 갖게 된다.
김해시는 리퍼브센터가 KOLAS 인정을 획득할 경우 재제조 로봇에 대해 공인 시험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게 돼, 중소 제조업체가 느끼는 품질·안전성 불안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리퍼브센터는 KOLAS 인정을 ‘추진 중’인 단계로, 실제 공인시험기관 등록과 성적서 발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KOLAS 인증이 이뤄지더라도 시험성적서 자체가 곧바로 재제조 로봇의 고장률·유지보수 비용·보험·책임 구조 등을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현장 적용 과정에서 추가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지원금 의존 구조를 탈피해 독자적인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초기 단계라 국비와 지방비가 매칭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신품 구매보다 재제조 로봇이 비용 대비 성능 면에서 더 이득이라는 점을 현장에 알리는 인식 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제조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정착되면 보조금이 줄어들더라도 자발적인 시장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으로 추진되는 시범 사업인 만큼, 재제조 로봇의 가격이 신품 대비 어느 정도 절감되는지, 장기적인 고장률과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한 총비용(TCO)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실제 현장 기업의 만족도나 재구매율 등의 누적 데이터는 김해시와 경남도에 아직 축적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이에 따라 보조금이 줄거나 정부 지원 구조가 바뀌더라도 재제조 로봇의 수요가 지속될지,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자립형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될 수 있을지는 향후 운용 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김해시가 추진 중인 ‘한국로봇리퍼브센터 기반 구축 사업’은 올해를 끝으로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는 완공된 센터를 향후 로봇 재제조 정책의 코어(지휘소)로 삼고, 재제조 로봇 실증과 신뢰성 검증, 후속 전략 사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중고 로봇 재제조·리퍼브 산업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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