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방산 업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가 특정 기업·사업장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가 빈발하는 취약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9일 아주경제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 대형 방산업체 5곳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 426명 가운데 139명이 A사 한 곳에서 나왔다. 전체 재해자의 32.6%에 해당한다. 3명 중 1명꼴이다. A사에 이어 B사 127명, C사 87명, D사 66명, E사 7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업체별 재해자 수 격차가 최대 20배 수준이었다.
A사의 경우 방산 외 다른 사업 부문까지 더해져 재해자 수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분석된다. A사의 산업재해는 사업장 분류상 '본사'에 집중됐다. 전체 재해자 중 135명이 본사 사고에 해당했고, 나머지 4명은 자체 공장 사고다. 본사 분류 사고에는 하청업체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포함됐는데, 현재 통계 분류상 원·하청 사고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다. 실제 작업 환경과 위험 요인 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방산 제조업은 생산 품목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갈린다. 탄약, 화약, 폭발물 취급 공정은 사고가 발생하면 폭발, 화재,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이다. 방산 업계 산업재해자의 중상 비율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12%포인트 가까이 높은 이유다.
실제 일부 고위험 사업군에서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드러났다. 지난 10년간 5개 방산업체 산업재해 사고에서 나온 사망자 18명 중 11명(61.1%)이 B사에 집중됐다. 특히 B사의 한 사업장에서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 사업장은 최근에도 폭발에 따른 사망 사고가 터졌다. 누적된 위험에 따른 반복 사고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고위험 공정에 대한 관리 강화와 재발 방치 대책 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C사의 한 사업장에서도 사망 사고가 여러 해에 걸쳐 반복됐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2020년과 2021년, 2023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C사는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지만, 유독 한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방산 업계의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국면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전 불감증 치유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가 빈발하는 기업과 취약 사업장을 선별해 위험 공정, 하청 작업, 안전교육 이행 여부 등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사고 다발 사업장에 대한 상시 점검과 맞춤형 감독 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방산은 제조 현장 특성상 원청과 하청 작업자가 같은 공간에서 공정을 나눠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안전 사고는 K-방산의 신뢰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 투자나 정부 지원을 통해 계속 안전한 환경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안전 조치와 함께 무인화, 자동화, 원격 시설 등 인프라도 같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반복되면 무기체계 공급이 지연되는 만큼 해외 구매국도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결국 생태계 문제인 만큼 K-방산의 안전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과거부터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결국 그 원인이 공정 자동화가 안 돼서 그런건지 직원들의 안전 의식이 낮아서인지 등을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안전사고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관리 감독한다면 방산 기업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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