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치료비와 복잡한 생산 공정이 한계로 지적돼 온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시장에서 '인비보(In vivo) CAR-T'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관련 기술 확보에 잇따라 나서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차세대 세포치료제 시장 선점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 채취 후 체외에서 면역세포를 조작해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환자별 맞춤형 공정 탓에 제조 기간이 길고 비용도 수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7종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인비보 CAR-T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세대 접근법이다. 세포를 별도로 채취하지 않고 유전 정보를 체내에 직접 전달해 T세포가 CAR-T 세포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생산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치료 접근성 개선이 기대된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비보 CAR-T는 환자 체내에서 CAR-T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환자 T세포를 활용하면서도 세포가 아닌 유전자를 투약하기 때문에 개인별 의약품 생산이 필요하지 않다"며 "일라이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관련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투자와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비보 CAR-T 관련 파이프라인은 100개를 넘어섰다. 아직 대부분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대형 제약사들의 선점 경쟁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인비보 CAR-T 개발사인 오르나 테라퓨틱스와 켈로니아 테라퓨틱스 인수에 나섰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렌티바이러스 벡터 기반 인비보 세포유전자치료제 플랫폼을 보유한 이소바이오텍을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당시 회사는 "수 주일이 걸리던 공정을 수 분 단위로 단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인데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을 사들이거나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며 "향후 수년간 관련 투자와 개발 경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시장 대응에 나섰다. GC녹십자와 앱클론은 최근 인비보 CAR-T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GC녹십자의 지질나노입자(mRNA-LNP) 기반 전달 기술과 앱클론의 CAR-T 기술력을 결합해 차세대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백신처럼 기성품 형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환자의 세포를 추출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어 '당일 즉시 투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CAR-T 전문기업 큐로셀도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인비보 CAR-T를 제시했다. 알지노믹스 역시 원형 리보핵산(RNA) 플랫폼과 고분자 전달체 기술을 기반으로 체내 면역세포를 직접 표적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인비보 CAR-T는 기존 세포치료제의 생산·공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세포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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