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별세…美 장기 호황 이끈 통화정책 거목

  • 1987~2006년 연준 이끌며 4개 행정부 거쳐

  • 블랙먼데이·외환위기 대응 평가…금융위기 책임론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1980년대 후반부터 20년 가까이 미국 통화정책을 이끌었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별세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워싱턴DC 자택에서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숨졌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그가 통화정책과 경제 이론에 남긴 업적을 기리며 애도를 표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에 지명된 뒤 2006년까지 약 18년 반 동안 연준을 이끌었다. 그는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미국 4개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재임기는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과 맞물렸다. AP통신은 “1991년 3월부터 시작된 10년간의 경기 확장과 주가 상승이 그린스펀 재임기의 대표적 성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1970년대 미국 경제를 괴롭혔던 고물가는 그의 재임 기간 안정세를 보였고, 실업률은 한때 4% 아래로 떨어졌다.
 
위기 대응 능력도 주요 평가 대상이다. 취임 두 달 만인 1987년 10월 뉴욕증시가 사상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한 ‘블랙먼데이’가 발생했지만, 그는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히며 시장 불안을 진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위기에 처한 한국에 대한 단기 대출 만기를 연장하도록 미국 은행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재임 중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발언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받아들여졌고, 시장은 표현 하나하나에서 금리 방향을 읽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졌다. 재임 시절의 저금리 정책과 금융 규제 완화가 주택 가격 거품과 금융권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도 이후 “금융기관이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에 결함이 있었다”는 취지로 인정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을 이끈 중앙은행 수장이자, 금융위기의 씨앗을 남긴 인물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그린스펀 전 의장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경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준 의장으로 발탁됐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미국 NBC뉴스 기자 안드레아 미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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