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결의에 따른 비축유 방출 기한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직접 비축유 방출 대신 민간 방출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대체 물량과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로 원유 공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운데 재비축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IEA는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11일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규모 비축유 방출을 결의했다. 한국 방출 물량은 전체 중 5.6%에 해당하는 2246만 배럴로 이날까지 방출이 완료돼야 한다.
IEA의 비축유 방출 조건은 비축유 저장 시설에서 물리적으로 비축유를 방출하는 정부 방출과 민간 비축 의무 일수를 감축하는 민간 방출로 나뉜다. 산업통상부는 민간 비축 의무 일수를 40일에서 20일로 줄이도록 하는 민간 방출 방식으로 이번 결의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비축유 방출 공동결의 이행 물량은 1200만 배럴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비축유 방출과는 다른 방식이다. IEA는 그동안 총 여섯 차례 비축유 방출을 결의한 바 있다. 1991년 걸프전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2011년 리비아 내전, 2022년 3·4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올해 중동 전쟁 등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해를 제외한 5차례 비축유 방출 당시에는 정부 방출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정부가 민간 방출 방식으로 비축유를 내보내는 것은 당장 수급 상황이 최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6~7월 원유는 86% 수준으로 확보했다"며 "물량 확대에 힘입어 민간 석유 비축 물량도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비축유 스와프 제도도 효과를 내고 있다. 비축유 스와프 제도는 민간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했을 때 정부가 비축유를 긴급 대여 방식으로 빌려주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IEA 측에서 비축유 스와프가 정부 비축유를 시장에 내놓는 새 방식이라는 평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축유 방출 이후 재비축 부담도 정부가 비축유 방출에 신중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비축유 방출 이후 국제 유가는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각국이 줄어든 비축유를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유가 하방 압력을 제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8월 위기설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원유 수출과 중국의 수요 둔화 등으로 국제 유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바 있다. 하지만 지속된 공급 부족으로 원유 재고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름철 냉방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휴가철 차량 이동 확대 등에 따라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악 상황을 대비해 비축유 방출 카드는 일단 아끼는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불투명한 시점에서 정부 비축분은 추후 불가피한 시점에 방출할 예정"이라며 "IEA 결의에 따른 물량을 방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별도로 페널티 등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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