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마무리…비핵화 대신 전략적 협력 부각

  • 시진핑·김정은 1박2일 전 일정 함께 소화

  • 우의탑 참배·기념식수로 혈맹 역사 재확인

  • 中관영매체 북중 전통우호·전략협력 부각

  • 2019년 '한반도 평화'→2026년 '패권주의 반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저녁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서 잔을 들어 건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저녁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이뤄진 북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9일 오후 베이징으로 귀국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박 2일 전 일정을 함께하며 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2019년 첫 방북 당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었던 반면 양국 간 전략적 협력과 사회주의 연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북 이틀째인 이날 김 위원장과 함께 평양 시내 중조(북중)우의탑과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했다.

1959년 건립된 중조우의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을 기리는 기념물로, 북·중 혈맹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소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는 영원불멸하리라(中國人民志願軍烈士永垂不朽)'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헌정하고 묵념했다.
시진핑 주석이 9일 평양 시내 중조우의탑을 찾아 국인민지원군 열사는 영원불멸하리라라는 글귀가 적힌 화환을 헌화했다 사진인민일보 웨이보
시진핑 주석이 9일 평양 시내 중조우의탑을 찾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는 영원불멸하리라'는 글귀가 적힌 화환을 헌화했다. [사진=인민일보 웨이보]

신화통신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1950년대 북·중 양국이 함께 싸웠던 역사가 양국의 영원한 공동 기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항미원조(抗美援朝)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북·중 전통 우호를 세대에 걸쳐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에서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른다.

두 정상은 이어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학생들 수업을 참관하고 기념 식수 행사도 진행했다. 두 정상이 함께 심은 전나무 앞에는 '중조 우의 만고장청(中朝友誼萬古長青)'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졌다. 신화통신은 "사시사철 푸른 전나무가 변함없는 북·중 우호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중앙노동간부 학교에서 식수 행사를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 학교에서 식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민일보 웨이보]

우의탑 참배와 기념 식수는 6·25전쟁을 통해 형성된 북·중 혈맹의 역사와 이를 미래 세대로 계승하겠다는 양국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로 읽힌다.
6월9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을 도배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 보도왼쪽 오른쪽은 2019년 6월 시 주석의 첫 방북 당시 인민일보의 1면 지면이다
9일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을 도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보도(왼쪽). 오른쪽은 2019년 6월 시 주석이 첫 방북했을 당시 인민일보 1면 지면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 방북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북·중 우호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면을 시 주석 방북 관련 기사와 사진으로 채우고 전문가를 인용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확대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과 북한 공산당 양당이 각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사회주의 건설의 공동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둥샹룽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양국 간 실질 협력 확대는 북·중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중요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방북은 시 주석이 처음 방북한 2019년과 비교해 국제 정세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2019년 당시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전략적 입지를 높인 가운데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보다 북·중 간 전략적 협력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시 주석이 방북 직전 노동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드러난다. 2019년 기고문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며 '한반도'를 6차례 언급한 반면 이번 기고문은 '패권주의 반대' '전략적 협력'에 초점을 맞췄고 '한반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홍콩 명보는 "북핵 문제가 더 이상 북·중 관계의 핵심 의제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복원된 북·중 관계가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간접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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