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던 hy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펼쳐온 팔도가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가 함께 선보인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 '아리(ARIH)'가 미국 시장에서 초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해외 사업 확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hy와 계열사인 팔도가 BTS와 함께 기획한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 아리가 지난 4월 미국 월마트를 통해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이달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됐다. 국내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뒤 해외로 나가는 기존 식품업계의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파격 행보다. 해외 시장 확대가 절실한 양사의 승부수인 셈이다.
그간 hy는 국내 발효유·유산균 시장에서의 독보적 경쟁력에 비해 해외 사업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2024년 가정간편식(HMR)과 스낵류, RTD 커피 등을 중심으로 식품 수출에 나섰으나 첫해 해외 매출은 30억원에 그쳤다. 전체 매출(1조6826억원)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팔도 역시 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 시장 공략이 당면 과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수출액 약 1500억원을 기록한 팔도는 러시아(약 5000억원)와 베트남(약 1000억원) 법인 등이 성과를 냈지만, 북미에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각각 40%, 80%대까지 끌어올린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hy와 팔도의 돌파구가 바로 BTS와 협업을 통해 선보인 '아리'다. 양사는 하이브와 손잡고 지난해 말 미국 현지 법인 'HYH America'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hy 46%, 하이브 35%, 팔도 19%다. BTS는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초기 브랜드 기획부터 제품 맛, 콘셉트, 패키지 디자인까지 깊숙이 참여하며 브랜드 가치를 함께 구축했다.
이 같은 시너지는 미국 유통 시장의 심장부인 월마트 전점 입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생 브랜드가 초기부터 미국 전역의 월마트 매장에 동시 입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아리는 미국 출시 3일 만에 월마트 온라인몰에서 '베스트셀러' 배지를 달았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를 빚으며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철저히 글로벌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해 설계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리는 모던 누들, 포스트바이오틱 에너지 드링크, 듀얼 바이오틱 소다 등 28종의 라인업으로 구성됐으며, 단순한 K-푸드를 넘어 '모던 밸런스 푸드'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자극적인 음식 대신 건강한 식문화를 제안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프레딧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메가MGC커피 전국 매장에도 음료 제품을 입점시키며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김해공항점, 부산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 등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김포공항점에도 아리 제품을 판매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리 프로젝트가 팔도와 hy의 해외 사업 확대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TS 팬덤을 바탕으로 초기 시장 진입의 문은 열었지만, 장기적인 성패는 현지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낼 제품력과 지속적인 유통 경쟁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아리를 독립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뒤 일본·멕시코·캐나다 등으로 판매 영토를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hy·팔도 관계자는 "아리는 글로벌 식품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브랜드"라며 "각국 현지 시장 상황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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