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중국 무역수지가 다시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대중 무역이 4년 넘게 이어진 적자의 터널을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데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첨단 전자부품 수요가 늘면서 대중국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며 가장 큰 수출시장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경제는 중국 경기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 미·중 갈등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대중 수출 부진을 겪어야 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단순한 통계상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흑자 전환 가능성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지금의 회복세가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 없이는 제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제품이 중국 공장으로 들어가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세계 시장에 판매했다. 한국은 자연스럽게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렸다.
최근 대중 수출 회복세 역시 대부분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지만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가 빨라질 경우 현재의 흑자 구조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흑자의 규모가 아니라 흑자의 내용이다. 과거처럼 중국에 많이 파는 구조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중국이 스스로 만들 수 없는 제품과 기술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한국이 집중해야 할 방향도 분명하다.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바이오, 우주항공 등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려야 한다. 최근의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일시적인 경기 순환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중간재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K-콘텐츠와 의료, 관광, 뷰티 등 소비재·서비스 분야까지 경쟁력을 넓혀야 한다. 동시에 중국 시장은 유지하되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균형 잡힌 통상 전략도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 경제에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여전히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다.
반도체가 만들어낸 흑자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중국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산업을 확보해 '초격차 무역'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것이 대중 무역흑자를 일시적 반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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