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지옥문 열린다] 올들어 주식병합 153개사…3곳 중 1곳은 여전히 동전주

  • 1~5월 코스닥 상장사 159곳 '주식병합결정' 공시

  • 전년 동기 대비 약 20배↑…'동전주 퇴출' 영향

  • 한계 뚜렷…49개사 주가는 여전히 1000원 미만

  • 거래 재개 후 하락 마감도…"기업가치 개선 아냐"

  • 주주 관심은 병합 여부 아닌 실질적 상폐 위험도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코스닥 상장사 케스피온은 무선통신기기 제조업체다. 수년간 주가가 지지부진하던 이 회사는 지난 2월 23일 2대1 액면병합(액면가 주당 500원→1000원)을 하기로 공시했다. 액면병합 목적은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통한 주가 안정화 및 기업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공시했지만 2월 중순 금융당국이 이른바 '동전주 퇴출' 요건을 피하기 위한 게 진짜 이유였다. 이후 두 달여 동안 주식매매거래정지 기간을 거쳐 지난달 4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지난 1일 종가는 751원이었다. 종목토론방에는 상폐를 걱정하는 주주들의 불안한 목소리로 가득하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선 주식병합 공시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정부가 동전주 퇴출과 상장폐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지난 2월 이후엔 관련 공시가 급증했다. 지난해 1~5월 대비 주식병합 공시 건수는 20배 넘게 증가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생존' 카드다. 그런데 한계는 뚜렷하다. 올 들어 주식병합을 결정한 기업 3곳 중 1곳은 여전히 주가 1000원을 밑도는 동전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폐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 위기에 처한 곳들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코스닥 상장사 159곳이 '주식병합결정'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건)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6곳을 제외하면 총 153개사가 주식병합을 추진 중이거나 완료했다. 전체 코스닥 상장사 1822곳(스팩 제외) 가운데 약 8.4%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서둘러 병합에 나서는 배경에는 동전주 퇴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해당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우회 방지를 위한 장치도 담겼다. 최근 1년래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추가 병합·감자가 금지된다. 또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10:1을 초과하는 주식병합·감자도 허용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이를 위반하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주식병합이 동전주를 탈출할 근본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병합을 추진하거나 완료한 153개사 가운데 49개사(32.0%)는 지난달 말 기준 주가가 1000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주식병합을 결정한 원풍물산은 지난 1일 종가가 여전히 524원에 그쳤다. 2년 연속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 중 시가총액이 200억원 미만이며 동전주에 해당하는 코스닥 기업으로는 삼영이엔씨와 투비소프트 등도 거론된다. 현재 삼영이엔씨는 개선기간 3개월을 부여받은 상태다. 투비소프트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여부 심의·의결을 앞두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단기간에 실적이나 재무구조를 개선해 기초체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적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것"이라며 "주식병합에도 동전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주식병합 자체를 기업가치 개선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병합은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일 뿐 시가총액이나 기업의 실질 가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8일 거래를 재개한 앱튼은 거래 재개 직후 장중 상한가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직전 거래일 대비 17.54%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에 이어 코스피에서도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있다. 코스피 시장 내 잠재적 위험군도 적지 않다.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인 기업은 99곳,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39곳으로 집계됐다. 두 기준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중복을 제외하고 총 129곳에 달한다. 

특히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도 강제 퇴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년간(2023~2025년) 코스피 시장에서 감사의견 거절 등을 사유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5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대동전자·국보·웰바이오텍·IHQ·필룩스 등 5곳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다. 최근에는 주주 24만명을 보유한 금양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양은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