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의 재팬 룸] 열차 충돌에 반려묘 습격까지…日 곰 공포, 이제는 생활권 침범

주택가 출현한 곰 사진교도·연합뉴스
주택가 출현한 곰 [사진=교도·연합뉴스]
일본 홋카이도에서 곰과 사슴 등 야생동물이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철도 운행 차질을 넘어 스키점프대와 주택가 인근에서도 곰 출몰이 이어지며 일본 내 야생동물 대응이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기찻길 덮친 곰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JR홋카이도는 2025년도 야생동물 열차 충돌 사고가 총 353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슴 충돌이 3478건, 곰 충돌이 57건으로 모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곰 충돌은 전년 대비 36건, 171% 증가했다. 사슴 충돌도 전년보다 25% 늘었다. 야생동물과의 충돌이 늘면서 열차 지연과 운행 중단 등 수송 장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곰 충돌 사고는 사슴보다 수습이 더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충돌 뒤 사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다른 곰과 마주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JR홋카이도는 선로에 직접 내려가지 않고 작업하는 장비를 쓰거나, 사냥꾼 파견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 확인과 안전 조치에 시간이 걸리며 대규모 지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곰이 접근하거나 충돌해 열차가 멈추거나 서행 운행한 사례는 전년보다 41건, 117% 늘어난 76건으로 집계됐다. JR홋카이도는 곰이 기피하는 초음파 발사 장치 등을 시험 중이지만, 실제 도입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와타누키 야스유키 JR홋카이도 사장은 “전국 철도회사의 공통 과제인 만큼 타사와 의견 교환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스키점프대에 나타난 불곰

문제는 철도만이 아니다. 홋카이도에서는 사람이 이용하는 스포츠 시설 인근에서도 곰이 목격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6시 30분께 홋카이도 시베쓰시 아사히초 중앙의 스키점프대 ‘아사히 산보다이 샨체’ 중턱 부근에서 불곰 1마리가 발견됐다. 곰이 계속 자리를 떠나지 않자 시 당국은 긴급 총기 포획을 결정했고, 오전 11시께 사살했다.

긴급 사살된 곰은 몸길이 약 1m10cm, 몸무게 50kg의 암컷으로, 지난 18일부터 거의 매일 해당 점프대 주변에 출몰하던 개체로 추정된다. 목격 정보가 이어지면서 시설 이용은 중단됐다.

사살 현장은 민가에서 약 100m 떨어진 산림 지역이었다. 시 당국은 인근 주민 일부에게 자택 대피를 요청하고 교통 통제도 실시했다. 홋카이도 내 긴급 총기 포획은 지난해 10월 삿포로시 니시구 사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알려졌다.
 
반려묘 피해까지…생활권으로 내려온 곰
일본 마을에 출몰한 곰 사진교도·연합뉴스
일본 마을에 출몰한 곰 [사진=교도·연합뉴스]

피해는 사람의 이동 수단과 시설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와테현에서는 반려묘가 곰에게 습격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시 50분께 이와테현 오쓰치정 가나자와 지구에 사는 한 여성이 “기르던 고양이가 곰의 습격을 받았다”고 마을사무소에 신고했다. 이후 인근에서 반려묘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주변 경계에 나섰다.

이와테현 경찰 가마이시서에 따르면 해당 가정에서 키우던 고양이 1마리가 성체로 보이는 곰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여성이 직접 목격했다. 또 동네의 오쓰치강 주변 산림에서는 곰이 고양이를 공격하는 모습을 인근 주민이 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고양이로 보이는 사체를 발견했으며, 특징이 신고된 반려묘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곰은 이미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 현장은 산간 지역 사이사이에 주택이 흩어져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곰 대응 부담 커지는 일본

일본에서는 최근 곰 출몰과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홋카이도 경찰청은 이달 하순부터 경찰관이 소총으로 직접 곰을 퇴치하는 전담 대응팀을 가동했다. 지난해 국가공안위원회 규칙 개정으로 가능해진 조치로, 지자체나 사냥꾼만으로 대응이 어려운 경우 기동대 사격반 등으로 구성된 현장 대응팀이 출동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례들은 일본의 곰 문제가 더 이상 산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곰 출몰이 열차 운행 차질은 물론 주민 대피, 스포츠 시설 폐쇄, 반려동물 피해로까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생활권 가까이까지 위협이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홋카이도처럼 철도 노선 주변에 숲과 초지가 많은 지역은 곰과 열차 충돌 사고 위험이 큰 데다, 사고 발생 후 현장 수습 과정에서도 추가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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