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면서 전기요금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에어컨은 껐다 켜는 것보다 하루 종일 켜두는 게 더 싸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만 맞는 말이다. 사용 중인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정속형인지, 집을 비우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전력 소비량이 달라진다.
최근 출시된 가정용 에어컨 대부분은 인버터형이다. 인버터형은 처음 작동할 때 실내 온도를 빠르게 떨어뜨리기 위해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희망 온도에 도달한 뒤에는 압축기 회전 속도를 낮춰 필요한 만큼만 가동한다.
문제는 실내가 시원해졌다고 에어컨을 껐다가 금세 다시 켜는 경우다. 전원이 꺼진 사이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에어컨은 다시 처음부터 강하게 작동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했을 때보다 오히려 전력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 개발진은 대한설비공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버터 에어컨은 90분 미만의 짧은 외출이라면 계속 켜두는 편이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서는 30분 외출 후 다시 가동한 경우 연속 운전보다 전력 소비량이 5%, 60분 외출 시에는 2% 많았으며, 90분을 넘어서면 오히려 전원을 끄는 편이 더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전자는 주거 환경과 단열 상태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인버터형 제품이라면 30분이나 1시간가량의 짧은 외출 때는 그대로 켜두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2시간 이상 장시간 집을 비운다면 끄는 쪽이 일반적으로 낫다.
'90분'이 모든 가정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집의 크기와 단열 상태, 창문의 방향, 외부 기온, 에어컨 용량과 설정 온도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햇볕이 강하게 들어오거나 단열이 좋지 않은 집은 전원을 끈 뒤 실내 온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반대로 단열이 잘된 집은 비교적 오랫동안 냉기가 유지된다.
오래된 정속형 에어컨은 사용법이 다르다. 정속형은 희망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실외기가 일정한 출력으로 작동한다.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를 멈췄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다시 같은 출력으로 가동하는 방식이다.
인버터형처럼 출력을 세밀하게 낮춰 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켜두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 정속형은 실내가 충분히 시원해졌을 때 전원을 끄고, 다시 더워졌을 때 작동하는 방식이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어컨이 어떤 방식인지는 제품이나 실외기에 부착된 표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제품에 '인버터'라고 적혀 있거나 냉방 능력과 소비전력이 '최소·중간·정격' 등 여러 단계로 표시돼 있다면 인버터형일 가능성이 높다. 모델명이나 사용설명서를 확인하거나 제조사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에어컨을 처음 켤 때는 약하게 오래 가동하기보다 강풍이나 빠른 냉방 기능으로 실내 온도를 먼저 낮추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후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26~28도 안팎으로 설정하고 바람 세기를 낮춰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 좋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차가운 공기가 실내에 빠르게 퍼진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고, 냉방 중에는 창문과 문을 닫아 외부의 더운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줄이도록 권고한다. 낮에 외출할 때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 햇볕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정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실내 온도를 18도나 20도로 설정한다고 해서 에어컨 바람이 더 차가워지는 것은 아니다. 에어컨이 목표 온도에 도달하기 위해 실외기를 더 오랫동안 강하게 가동하면서 전력 소비만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필터 관리도 중요하다. 먼지가 쌓인 필터는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방 효율을 떨어뜨린다.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약 2주 간격으로 필터 상태를 확인하고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전기요금은 에어컨 한 대의 사용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사용한 전체 전력량이 누진 구간을 넘어설 경우 같은 양의 전기를 추가로 사용하더라도 요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전력은 주택용 전력에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누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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