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공사비 폭등 앞에서 흔들리는 공공주택 원칙

김민석 국무총리가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주택공급 현장인 왕숙1지구를 방문 박대순 LH남양주사업사업본부장으로부터 공사현황에 대해 브리핑 받고 있다 2026429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김민석 국무총리가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주택공급 현장인 왕숙1지구를 방문, 박대순 LH남양주사업사업본부장으로부터 공사현황에 대해 브리핑 받고 있다. 2026.4.29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공사비 폭등이 한국 주택 공급의 오래된 공식을 흔들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3월 134.42로 7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을 100으로 놓으면 6년 만에 30% 넘게 오른 수준이다. 자재값과 인건비가 함께 치솟은 결과다. 문제는 단순한 원가 상승이 아니다. 공공이 주도해 온 주택 공급의 셈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현장은 이미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은 일부 사업장에서 수억원대로 불어났다. 사업성이 낮은 곳에서는 분담금이 기존 집값을 웃도는 ‘분담금 역전’ 우려까지 나온다. 사업성이 좋다는 강남권 재건축마저 공사비를 감당할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지연된다. 공사비가 오를수록 공급은 늦어지고, 늦어진 공급은 다시 집값 불안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공공이 정한 가격 기준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기준으로 삼는 기본형건축비는 올 3월 2.12% 인상되는 데 그쳤다. 실제 공사비가 급등하는 동안 공공의 가격표는 한두 걸음씩만 움직인 셈이다. 책정된 가격과 시장 현실의 간극이 커질수록 그 단가로 지으려는 사업자는 줄어든다. 가격을 눌러 공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설이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단순히 건설사 수익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사비 부담은 분양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사업 지연은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공급이 줄면 시장 불안은 다시 커진다. 결국 공사비 부담의 상당 부분은 무주택 실수요자와 청년층에게 돌아간다. 비용 상승이 시장 전체의 주거 부담으로 번지는 구조다.

그 사이 공공은 직접 공급 부담을 민간과 나누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LH는 올해 공공주택 상당 물량을 민간참여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은 수익을 전제로 움직인다. 공공성이 계약과 관리로 충분히 담보되지 않으면 공공주택의 부담은 결국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사비가 사상 최고 수준인데도 정작 건설 현장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비 부담으로 사업은 멈추고 공급은 줄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는 다시 시장 불안을 키운다. 특히 공공주택은 청년·신혼부부·무주택 서민에게 시장의 마지막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비용이 올랐다는 이유로 공공까지 뒤로 물러서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약한 계층의 주거 안정이다.

해법은 현실을 외면하는 데 있지 않다. 오른 공사비는 인정하되 검증되지 않은 증액 요구는 공적 심사로 걸러야 한다. 공공이 정하는 건축비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민간과 협력하더라도 공공성은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과 세입자를 위한 출구와 지원 장치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공사비 폭등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비용이 올랐다고 공공까지 공급 책임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 가격을 억누른 채 공급만 늘리겠다는 정책도, 민간에 부담을 넘긴 채 공공성을 기대하는 접근도 오래가기 어렵다. 공공주택의 원칙이 흔들리면 결국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서민 주거 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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