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 이상 징후가 포착된 뒤 합동 안전점검 과정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토목 구조물 해체 분야의 제도적 공백과 안전관리 한계가 도마에 올랐다. 건축물 철거를 중심으로 강화돼 온 현행 해체 안전관리 체계가 철도 위 고가차도 같은 토목 인프라 해체에는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토목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구조물 처짐 등 이상 징후가 확인된 뒤에도 현장 점검 인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감리단장과 현장 관리소장, 외부 구조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에서 “하부가 공중비계로 가려져 있어 거더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려면 직접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간 하루 3시간, 월 17~18일만 작업 가능한 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조물 처짐이 발생한 시점부터 붕괴 위험 신호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2.9㎝ 처짐은 구조학적으로 붕괴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이상 징후 발견 직후에는 인력 접근을 제한하고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한 원격 점검과 임시 보강이 우선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근본 배경으로 토목 구조물 해체가 제도권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가능성을 꼽는다.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이후 건축물관리법이 강화되면서 해체계획서 검토와 해체감리, 필수확인점 제도 등이 도입됐지만 대부분 건축물 철거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건축물은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해체계획서를 작성하고 해체감리를 진행하도록 돼 있지만 토목 인프라는 관련 제도가 사실상 미비한 상태”라며 “토목 분야도 해체계획서와 해체감리 제도를 도입하고,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체 전문 인력 양성과 자격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물 해체가 철거 단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하중과 구조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라는 점에서 신축 시공 경험과 별개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가도로나 철도 횡단 구조물은 특수 해체 공법과 가설 계획, 단계별 안전 검토가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라는 설명이다.
노후 교량과 고가도로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해체 공사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존 건설 안전 체계가 ‘짓는 기술’ 중심에서 ‘해체 안전’ 중심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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