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6월 방북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시진핑 주석이 5월 베이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정상회담을 마친 이후에 이루어져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미 백악관이 트럼프와 시진핑 간 만남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언급함에 따라,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에게 과연 북한 비핵화 문제를 꺼낼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북중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한마디도 없었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정권의 핵 무력화 정책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우 실망스러웠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동상이몽의 관계였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군사 교류까지 언급되었다. 무척 이례적이었다. 중국이 북한과 군사 교류까지 확대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결정한 후 북·러 관계가 급격히 발전되어, 북한은 러시아 파병 대가로 보상금도 받았으며, 러시아에 노동 인력을 파견하는 등으로 경제 사정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낙후된 경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대규모 경제교류가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UN의 대북 제재로 북한은 미국은 물론 서방국가와 경제교류를 할 수 없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봉착한 딜레마이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UN의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국경무역 활성화 등을 통해 북·중 간 무역 활성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또다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였다.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답해주었다. 그리고 시진핑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방북 중에 북·중 간 군사 교류를 언급한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미중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중국 봉쇄를 놓고 미 정부는 중국과 힘을 겨루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시진핑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압박하였다. 그만큼 대만통일 문제가 시진핑 주석에게 중요하다. 시진핑이 훈센 캄보디아 인민당 주석을 만났을 때도 훈센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하였다.
중국은 러시아, 북한, 캄보디아는 물론 대만 야당 당수인 정리원 주석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였다. 중국 정부가 주변 국가로부터 대만통일 문제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5주년 연설에서 “대만독립 세력을 타격하겠다. 대만통일은 역사적 임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최근 시진핑의 발언과 관련하여 “불길한 징조다. 오는 2028년이 위험하다”고 지적하였다. 오는 2028년 대만에서 총통선거가 있다. 대만은 지난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이 집권한 이후 2024년 라이칭더가 총통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현재까지 친미 정권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 “군사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북한의 전쟁 참전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따돌림당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여 푸틴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도 이 광경을 목격하였다. 시진핑이 북한군을 대만통일 문제에 끌어들일 속내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북·러 군사조약 체결에 이어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동북아지역은 물론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은 동북아지역에서 한·미·일 삼각안보 협력체계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북·중·러 삼각 동맹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수시로 공군·해군을 동원하여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군 개입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이미 65년 전에 북·중우호조약을 체결하였으며, 유사시 양국은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최근 북한 박태성 내각총리가 북경을 방문하였으며, 시진핑 주석의 책사이자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도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을 만났다. 양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속셈이 무엇일까? 심상치 않다.
만일 북한과 중국 간의 군사 교류가 북한·러시아 수준으로 격상될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 안보 상황이 심각한 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과거 일이지만,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지원하여 한국과 유엔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최근 동북아지역에서 나타나는 정세변화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 김정은의 속내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 푸틴 정부도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지난 2022년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트럼프 정부도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미국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올해 초부터 서반구와 중동에서 힘의 외교를 추진했지만, 중동에서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목이 잡혀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만일 트럼프 정권이 중간선거에서 저조한 결과를 얻을 경우, 레임덕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2027년은 시진핑 주석이 4연임을 추진하는 중요한 해이다. 시진핑은 대만통일에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대외정책의 추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북·중 관계와 북·중·러 군사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한반도 안보는 물론이고, 양안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에서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유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시진핑 주석이 대만통일을 평화적인 수단이 아닌, 군사력을 동원하여 시도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우리도 대만 문제가 대한민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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