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미국·이란 휴전 흔들 … 중간 선거 앞두고 종전 산 넘어 산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6월 17일 휴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상선을 공격함에 따라 미국·이란 간 군사 보복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란 본토를 공격하였으며, 이에 이란군도 중동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타격하였다.
 
아직 트럼프 정부는 이란 모즈타바 정부와 이란의 핵 포기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본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종전 협상이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트럼프 정부가 종전 협상 기간에 이란의 도발 행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다시 시작할 것인가? 이란과 전면전을 재개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가격이 다시 폭등할 것이다. 트럼프에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낼 묘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에 있는데, 아직 이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없다.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암살 리스트 1순위”라면서 신변 보안을 우려하여 대통령 전용기도 바꿔타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트럼프 대통령 암살계획” 첩보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이란 하메네이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함께 전격적으로 이란을 공격하여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아들 모즈타바가 정권을 계승함에 따라 하메네이 정권 자체를 교체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할 수 있는 빌미만 주었다.
 
이란 모즈타바 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이 전쟁으로 인해 고유가 사태에 직면했으며, 세계 경제도 혼돈에 빠졌다. 중동에서 석유를 조달하는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향후 이란에 통행료를 부과하게 생겼다. 이란이 협상 기간에 유조선을 공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어 또다시 세계 유가에도 차질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모즈타바 정권은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서방의 아킬레스건임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고,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외국 상선에 대한 간헐적인 공격행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테헤란에서는 4일부터 9일까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국장이 진행되었다. 장례식에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복수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행사를 통해 모즈타바 정부는 이란 내부에서 반미감정을 확산하고 결속력을 다지려는 속셈을 보였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란은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들것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보복 차원에서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걸프국가의 석유시설을 파괴함에 따라 시설을 복구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쟁의 후유증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과 종전 협상을 앞두고 있다. MOU 내용이 오바마 전 정부가 이란과 체결한 핵 협상 결과보다 좋지 못하다는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이란과의 핵 협상 기간도 무려 20개월이 소요되었다. 트럼프 정부와 이란 간 종전 협상이 60일 안에 타결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시간에 쫓기고 있다. 자칫 졸속 협상이 될 수도 있다.
 
이란 모즈타바 정권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유혹을 완전하게 떨쳐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저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허용할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의 불씨가 되어, 향후 또다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경제재건을 위해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트럼프가 중동에서 전쟁을 벌여놓고 뒷수습을 우방국에 맡기는 형국이 되고 있다.
 
만일 종전 협상 결과가 이란에 유리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부 때부터 추진해왔던 아브라함 협정은 더 이상 추동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란전쟁이 실속 없이 끝날 경우, 중동지역에서 오히려 이란 입지가 강화될 것이며 이웃 국가들이 이란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주변 걸프국가들을 아브라함 협정에 끌어들여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협력을 도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이란에서 모즈타바 정권이 지속할 경우, 이란은 중국·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며,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교두보 역할을 확대할 것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와 이란 간의 종전 협상 추진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동에서 이란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친이란 추종 세력이며 저항의 축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 점이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시각 차이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갈등이 종전 협상의 걸림돌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오는 11월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종전 협상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미국 법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각종 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관세정책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가 수입 상품에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물가도 오르고, 자동차 기름값도 올랐다. 미국 유권자들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이란과 종전 협상을 타결하여 그 성과를 자화자찬한다고 해도,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힘의 외교’가 베네수엘라 등 남미에서는 먹혀들고 있지만, 중동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은 국제유가와 연동되어 있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사회는 과거 1차·2차 오일쇼크를 겪은 바 있으며, 이번 미국·이란 전쟁을 통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을 체험하였다. 미국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만일 트럼프 정부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투표에 반영되어, 중간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다수당 입지를 빼앗긴다면, 트럼프 2기 정부는 임기 후반부에서 대외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하는 데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현재 중동정세는 유동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돌발상황이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모니터링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란 전쟁과 연계하여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정부의 경제·군사·외교정책이 대한민국에 미칠 파장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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