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 성과를 잇달아 내며 '기술수출 강국'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으나, 후기 개발 단계에서 비용 부담과 경험 부족이 K신약의 병목요인으로 꼽힌다.
1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산 신약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병목요인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약 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후기 임상과 상업화다. 기술수출은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입증하는 현실적 전략이지만, 신약 개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는 한계도 함께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기 개발은 비용과 실패 위험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간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바이오메드트랙커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인용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상 2상은 전체 개발 과정 성공률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1~2020년 10년간 임상 1상에서 품목 허가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평균 7.9%였는데 이 중 임상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가는 비율은 28.9%에 불과했다. 임상 1상(52%)과 임상 3상(57.8%)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임상 1상이 안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라면 임상 2상은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환자에게 검증하는 첫 번째 단계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임상 3상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제품화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만큼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부담은 국내 기업들의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선택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상업화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장 큰 부가가치는 기술을 이전받은 글로벌 제약사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후기 임상의 벽은 자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끝까지 수행할 기회가 적다 보니 규제 대응과 허가 전략, 상업화 역량도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 계약 성사와 기술수출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협상 결렬이나 임상 실패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노하우는 산업 자산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실패 경험까지 다음 개발의 자산으로 활용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성공 사례 중심의 평가에 머물러 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기술수출이 독자적인 개발 경험 축적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라며 "기술 이전에 그치지 않고 시행착오와 실패 데이터를 산업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후기 개발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이달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세계 최초 근본 치료제(DMOAD)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연내 주요 결과 발표를 예고해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후기 개발 역량을 기업 노력만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은 (희귀의약품의 경우) 벤처캐피털과 대규모 자본, 세제 지원 등이 맞물리며 실패 위험을 시장이 분산하는 구조를 갖춘 반면, 국내는 기술특례상장 중심의 자금 선순환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상장 이후 법차손과 매출 유지 요건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국민성장펀드와 성공불융자, 메가펀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주리 본부장은 초기 연구와 후기 개발을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초기 단계 개념검증(PoC)을 통한 과감한 도전과 후기 임상(임상 3상) 리스크 분담이 함께 이뤄져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험을 축적하는 바이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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