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또 참사가 벌어졌다.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 여파로 전차선 단전이 발생했고, KTX와 일반열차 일부 운행이 중단·조정되면서 시민 불편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사고가 이미 오래전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돼 온 노후 시설의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서울 도심의 대표적 노후 인프라다. 약 60년 동안 도심 교통을 지탱했지만, 반복된 하중과 노후화로 콘크리트 탈락, 철근 부식, 강선 파손 등이 이어졌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고, 서울시는 추락 방지망 설치와 중차량 통행 제한, 보수·계측 등으로 대응해 왔다. 결국 철거 후 재시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그 철거 과정에서 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안전사고로만 볼 수 없다. 대한민국 도시 인프라의 노후화와 안전 관리 체계의 허점을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다. 한국은 1960~1980년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도로와 교량, 철도, 터널을 단기간에 집중 건설했다. 문제는 그 시설들이 동시에 늙고 있다는 점이다. 설계 수명에 가까워졌거나 이미 넘긴 시설이 늘어나고 있고, 유지·보수 비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도시 정책은 여전히 “새로 짓는 것”에 익숙하다. 정치권도 눈에 잘 보이는 개발 사업에는 적극적이지만, 낡은 교량과 터널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안전 예산은 늘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평소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외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우리는 안전 사회를 다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경각심은 무뎌졌다.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 능력처럼 평가되는 풍토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사고 역시 공정률이 계획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에서 작업 속도와 안전 관리의 균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빠른 공정 자체를 사고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위험 징후가 발견된 뒤 작업 중지와 현장 통제가 적절했는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특히 이번 사고는 안전 진단이 진행되던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무겁다. 공사 중 단차가 발생해 작업이 중단됐고, 서울시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현장 관계자 등이 안전 진단에 나선 상황에서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는 현장 대응 매뉴얼, 위험 구역 통제, 감리 체계, 전문가 판단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이 전담팀을 꾸리고 경찰·노동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조치다. 수사는 시공 과정, 철거 방식, 감리 책임, 안전 조치, 작업 중지 판단, 현장 출입 통제가 적절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자 처벌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짜 과제는 노후 인프라 시대에 맞는 국가적 관리 체계를 세우는 일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노후 인프라 문제를 단순 시설 관리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시민 안전의 문제로 다룬다. 일본은 고도성장기 시설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강인화 정책을 추진해 왔고, 미국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낡은 시설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발상을 바꿔야 한다. 인프라 유지·보수는 비용이 아니라 생명과 경제를 지키는 투자다. AI와 반도체, 첨단산업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매일 건너는 다리와 타고 다니는 철도가 안전하지 않다면 선진국이라 말하기 어렵다. 낡은 도시 인프라를 방치하면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선거 때마다 화려한 신도시와 개발 공약은 넘쳐나지만, 노후 교량과 지하 시설 교체를 말하는 정치는 드물다. 그러나 시민 생명과 직결된 것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안전 인프라다. 표가 덜 된다고 미뤄서는 안 된다. 안전은 행정의 기본이고 국가의 첫 번째 책무다.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새로 만드는 것만큼 낡은 것을 제때 고치고 교체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서울 같은 초밀집 대도시는 작은 사고 하나가 철도와 도로, 시민 일상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이번 사고로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은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서소문 참사는 단순한 철거 현장 사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도시 인프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개발 속도는 없다. 안전보다 앞서는 효율도 없다. 국가는 시민이 무너지는 다리와 낡은 시설 앞에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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