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가 사라졌다”…마트마다 품절된 종량제 봉투
2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시즈오카시와 군마현 이세사키시 등 일본 각지에서 최근 지정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즈오카시 스루가구의 한 슈퍼마켓에는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었고, 진열대는 텅 빈 상태가 이어졌다. 매장 측은 약 한 달 전부터 지정봉투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5~1.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점포는 ‘1가족 2개 제한’ 조치까지 시행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군마현 이세사키시에서도 4월 중순 이후 지정봉투 판매량이 평년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시청에는 “어디에서도 봉투를 구할 수 없다”는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봉투 아니어도 된다”…예외 허용 나선 지자체
결국 일부 지자체는 기존 원칙까지 완화했다.
시즈오카시는 지난 18일 긴급 대체 조치로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반투명 봉투라면 지정봉투가 아니어도 쓰레기 배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세사키시 역시 가연성 쓰레기에 한해 일반 봉투 사용을 인정했다.
일본의 지정 쓰레기봉투 제도는 단순 수거용이 아니라 분리배출과 재활용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 시스템에 가깝다. 지역별 규격과 색상, 용량 등이 세분화돼 있고, 주민들은 지정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봉투 허용은 사실상 ‘예외적 비상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현지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번 혼란의 배경으로 나프타 공급 불안 보도를 지목하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의 핵심 원료로, 쓰레기봉투 제조에도 사용된다.
특히 일본은 나프타 원료의 상당 부분을 중동 수입에 의존해왔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공급 우려가 커졌고, 일부 시민들이 평소보다 많은 양을 구매하면서 시장 불안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환경성이 5월 주요 제조업체와 상사 2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평년 수준 공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제조사들은 중동 외 지역 조달망 확보 등을 통해 공급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4월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2배까지 증가했다. 환경성 역시 “쓰레기 발생량 자체가 갑자기 늘어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실제 공급 부족보다는 구매 집중과 유통 지연이 품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생 플라스틱 전환까지…드러난 일본 공급망 불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지자체는 원료 구조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이치현 오부시는 지난 3월 지정봉투 제조업체로부터 “7월 이후 나프타 부족으로 공급 차질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뒤 재생 원료 기반 제품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새 봉투는 국내에서 사용된 포장용 필름 재생 소재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춰 안정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재고 소진 이후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제 공급 차질 사례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이바라키현 류가사키시는 제조업체로부터 “원료 조달 지연으로 납품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환경성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정봉투 품귀 문제로 대체 조치를 시행한 지자체는 최소 20곳 이상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지역이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시하라 환경상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지 말고 냉정한 소비 행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유통 과정에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경우 경제산업성과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현재 비축 원유 활용과 중동 외 수입 확대 등을 통해 연말 이후에도 공급 유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제 정세 변화가 생활필수품 시장과 지방 행정 시스템에 얼마나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실제 공급 부족 여부와 별개로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지역 유통망이 단기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한때 ‘사재기 우려’…정부 직접 진화 나서기도
당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일부에서 “종량제 봉투 원료가 한 달치 정도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불안 심리가 커지자 직접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고가 약 3개월 수준이며, 전체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6개월치 이상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의 종량제 봉투가 지역명 등이 인쇄되지 않은 롤 형태로 보관돼 있어 지역 간 물량 이동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활용 업체들이 18억장 이상 종량제 봉투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당시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충격 가능성을 고려해 종량제 봉투를 핵심 관리 품목에 포함하고, 지자체와 합동 상황반을 구성해 수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다만 정부는 실제 공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 등 다른 합성수지 기반 품목에 대해서도 선제 대응 차원의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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