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만의 프리즘] 한없이 가벼운 SNS 마케팅…그 댓가는 무겁다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짧고 강한 자극, 화제성, 온라인 바이럴 효과를 노린 콘텐츠가 오히려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탱크데이’ 이벤트로 거센 역풍에 휩싸인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탱크데이로 표현하고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로 텀블러 제품을 홍보하면서 역사적 상처와 희생을 희화화하고 폄훼했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결국 이벤트 당일 스타벅스 대표가 경질됐지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물론 불매 조짐으로 번지고 있다. 

스타벅스가 촉발한 논란은 7년 전 무신사의 카드뉴스 사건도 다시 소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라는 문구로 양말 제품을 광고한 무신사 카드뉴스를 X(옛 트위터)에 공유하고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수가 있을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무신사는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며 논란을 봉합했으나, 이 대통령의 지적에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논란이 된 이러한 마케팅이 처음부터 특정 역사나 사건을 조롱하려는 악의적인 의도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의도’가 아니라 ‘인식의 수준’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비극적인 기억을 밈(meme)처럼 소비한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 기업 내부에서 '이 시기에 이런 표현이 적절한가'를 판단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을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신사 논란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판박이 같은 논란이 다시 반복됐다. 기업은 달라졌고 플랫폼도 바뀌었지만, SNS 마케팅을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지금의 SNS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광고 한 편이 논란이 되더라도 소비자 반응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 몇 분 만에 캡처 이미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확산된다. 브랜드 이미지는 실시간으로 훼손되고, 소비자 불신은 검색 알고리즘을 타고 장기간 축적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과 가치관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만 보지 않는다. '이 기업이 어떤 인식을 가진 회사인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역사와 인권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까지 함께 평가한다. 과거에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어갈 일이 이제는 브랜드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SNS 마케팅이 지나치게 가볍게 운영되고 있는 점도 재발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기업의 SNS는 수백만 소비자와 만나는 브랜드의 공적 창구임에도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부 검수 시스템이 사실상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광고대행사나 실무자에게 재미와 화제, 밈 등을 주문하다 보면 역사적 인식과 사회적 맥락, 보편적 감수성 등은 뒤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클릭 수와 조회 수, 좋아요 숫자가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서 “이 표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기업들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SNS 시대의 마케팅은 단순한 홍보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언어와 태도를 기억한다. 순간의 화제성을 얻기 위해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가볍게 소비하면 그 댓가는 예상보다 훨씬 크고 오래간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 개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정 표현이나 이미지가 사회적 논란 가능성이 있는지, 역사·정치·젠더·인권 문제와 충돌하지 않는지 다층적으로 검토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단순한 법률 검토를 넘어 문화적 감수성과 사회적 맥락까지 분석하는 시대다.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바이럴만 되면 성공'이라는 낡은 SNS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직 내부의 문화도 점검해야 한다. 역사와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조직에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젊은 실무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부터 '재미'보다 '신뢰'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어떻게 더 화제가 될까'가 아니라 '이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로 읽힐까'여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콘텐츠 하나가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흔들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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