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통시장 '바가지 상술', 한국 이미지 갉아먹는다

AI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AI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한국의 축소판’이다. 음식, 사람, 분위기, 그리고 가격까지 모두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을 보여주는 요소다. 그런 점에서 광장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바가지 논란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생활 13년 차인 미얀마 출신 유튜버는 러시아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노점에서 생수 한 병에 2000원을 요구받은 경험을 공개했다. 상인은 “외국인이 많아서 그렇다”고 답했다가, “우리도 한국인”이라는 말에 “한국 사람한테도 그렇게 판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식당에서 물값을 따로 받는 경우가 흔치 않은 데다 편의점보다도 비싼 가격과 상인의 응대에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순대 가격을 임의로 올려 추가 요금을 요구했던 사례, 더 주문하지 않는다고 눈치를 주는 행태 등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그때마다 “일부 상인의 일탈”이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를 의미한다.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광장시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기 관광코스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그 파급력이 훨씬 크다. 여행 경험은 개인의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된다. 실제로 여행 유튜버들이 이집트 등 해외에서 겪은 바가지 경험을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해당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그 나라 전체가 ‘관광객을 속이는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데는 단 몇 분짜리 영상이면 충분하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은 K-컬처, K-팝, K-드라마 등의 긍정적 경험을 덮어버릴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종로구 등은 바가지 논란이 이슈가 될 때마다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상인 교육과 계도에 나선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속이 있을 때만 반짝 개선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책의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라, 지속성과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바가지 논란을 막기 위해 모든 메뉴와 가격을 명확히 표기하고 추가 요금이 발생할 경우 사전 고지를 하도록 하는 등 가격의 완전한 투명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국어 안내를 의무화해야 한다. 

상인회 중심의 자율 정화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인회는 내부 결속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시장 신뢰를 지키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상인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영업 제한 등 강력한 조치가 가능한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시장 상인들이 전통시장을 ‘관광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가격을 부풀리는 행위는 결국 장기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관광객은 한 번 실망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반대로 합리적인 가격과 따뜻한 응대를 경험한 관광객은 스스로 홍보대사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판매가 아니라, 더 나은 경험이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결국 외면받는다. 그리고 그 피해는 정직하게 장사하는 다수의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광장시장의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한국 전통시장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답은 분명하다. 상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한국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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