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의 재팬 룸] 4년 만에 두 배 늘어난 日 무연고 시신…지자체들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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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가 생성한 이미지]
일본에서 사망 후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나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 시신’ 문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독거 고령자 증가와 가족관계 단절이 맞물리면서 지방자치단체가 화장과 유골·유품 관리까지 떠안는 사례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지자체 떠안은 ‘무연고 시신’…4년 만에 두 배 증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바현 내 인구 40만명 이상 5개 시(지바·후나바시·마쓰도·이치카와·가시와)의 무연고 시신 처리 건수는 2020년도 304명에서 2024년도 56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단순히 시신 화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골과 유품 보관, 친족 확인, 행정 처리 등까지 모두 지자체가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유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법’과 ‘묘지매장법’ 등에 따라 사망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을 진행한다. 후나바시시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직원들의 업무량과 정신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후나바시시가 처리한 무연고 시신은 2024년도 기준 140명으로, 4년 전보다 약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자체들은 먼저 고인의 친족을 찾기 위해 호적 등을 조사하고 연락을 시도한다. 하지만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호적을 추적해 어렵게 연락했는데도 ‘이미 관계없는 사람이다’, ‘다시 전화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화장 이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유골은 시립 납골당 등에 장기간 보관되며, 유품 관리까지 지자체 몫이 된다. 지바시는 시내 사쿠라기 영원의 납골당에서 유골을 5년간 보관한 뒤 무연고 합동묘에 안치하고 있다. 마쓰도시는 통장과 현금카드 등 현금성 유품을 사실상 영구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시간이 꽤 지난 뒤 가족이 ‘그래도 받고 싶다’며 유품을 찾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며 “언제까지 보관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900만 독거노인 시대”…배경에는 고령화·고독사

무연고 시신 증가 배경으로는 일본 사회 전반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가 지목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독거 고령자 가구는 903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9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지바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국세조사 기준 지바현 독거 고령자는 약 30만명으로, 2015년보다 약 4만명 증가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단순히 ‘가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끊어진 사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가족이 장례와 유골 관리 등을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이런 인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바시 관계자는 “무연고 시신 화장은 행정 서비스라기보다 공중위생 차원의 대응”이라며 “예전에는 가족이 맡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행정이 처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절연 가족’, ‘고독사’, ‘무연사회’ 등의 표현이 사회문제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장기간 연락이 끊긴 가족 관계, 미혼·비혼 증가, 지역 공동체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일본 도쿄의 노인들 사진도쿄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노인들 [사진=도쿄 연합뉴스]
“생전 준비 지원” 나선 일본 지자체들

문제가 커지자 일부 지자체들은 생전부터 사후 절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후나바시시는 지난해 10월 ‘연고 없는 고령자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고령자가 생전에 상담을 신청하면 사회복지협의회와 계약을 맺고, 사망 이후 화장과 납골 절차 등을 대신 진행하는 방식이다.

마쓰도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사후 처리 서비스 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소액 단기보험 등을 결합한 서비스도 포함됐다.

쇼쿠토쿠대학 사회복지학과의 유키 야스히로 교수는 “앞으로도 무연고 시신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 차원의 전담 부서 설치 등 대응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고가 없는 고령자 스스로도 생전에 지자체와 상담하며 사후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장례 문제를 넘어 초고령사회에서 인간관계와 가족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거론된다.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를 경험한 국가인 만큼, 현재 나타나는 무연고 시신 급증 현상 역시 한국 사회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역시 무연고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 통계프리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1025명에서 2021년 3488명으로 약 3.4배 증가했다.

초고령화와 1인 가구 확대, 가족관계 단절 등이 맞물리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장례와 사후 절차를 지원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나타나는 무연고 시신 증가는 단순한 복지 문제를 넘어 고령화와 비혼화, 가족 해체, 사회적 고립이 동시에 진행될 때 나타나는 사회 변화의 단면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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